제8대 도의회,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의 역할 재정립을 기대하며

지방의회와 집행부는 상호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방의회로부터 시작되는 권한과 견제권의 갈등은 여러 가지 부조리한 형태들 속에서 깊어갔다. 지방의회의원 스스로 단체장에 대하여 대응할 권한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집행부와 같은 권한을 행사하려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 7대 내내 도의원들이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의 거의 모든 부분은 처우의 문제였고 그러한 이유로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지난 해에는 비오는 날 승용차를 타고온 도의원들이 비를 맞지 않고 의회건물로 들어가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출입구를 캐노피로 변경하는 웃지 못할 일은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다소 신경증적 성향의 그 소동은 도민들의 대표로서의 순수함이냐, 권위적 상징이냐 라는 관료주의의 고전적 이분법을 또 한 번 제기하게끔 만들었다. 다름 아니라 도의원들이 도정에서 권위를 가장 핵심적인 근본적인 가치로 추구하는 행태를 아무 반성없이 선택한 탓이었다.

최근 들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선출직이 아무나 되냐는 선량의식에 과도하게 중독된데 기인한 집행부 공무원에 대한 억압적 태도가 이번 8대에도 되풀이 되면서 집행부 유일의 선출직인 도지사의 직무정지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당한 위험성이다.

제7대의회 - 효율적 의회운영과 위상제고 사이에서 길을 헤매다.

국회도 심의 안건이 없는 장관은 불출석이 원칙이다. 그러나 도의회는 집행부 간부의 출석률이 저조할 경우 집행부에 항의전화하거나 불참하게 될 간부공무원에게 사전 양해를 요구하는 것을 서슴치 않았다.

회기운영상 안건심의를 제외한 현지시찰의 빈발로 사업소 등 현업부서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안건이나 현안사항 없이 회기를 채울 목적의 현장방문은 실무적으로도 아주 당혹스러운 일일 뿐 아니라 행정낭비가 극심한 결과를 초래한다.

뚜렷한 안건없는 연수회나 연찬회를 개최해 놓고 집행부의 현안사항 보고를 요구하여 이를 연찬회로 갈음하는 것은 행정력, 인력 낭비와 참석자로 하여금 의회를 불신하게 만든다. 정작 본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인데, 공부는 하지도 않으면서 도서관 다닌 일수만 늘이는 것과 같이 날이 갈 수록 외형적 실적을 키우는데만 골몰하는 것 같은 도의원들의 공부방식은 진실성과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특히 심한 것은 예산심의 시 불필요한 공무원의 3일간 의회 출장이다. 동해안권 출장소 및 원주권 사업소 직원의 3일간 심의 대기(사업소당 20여명 출장)는 여간 심각한 비효율이 아니다. 예산심의는 예산서 편제 순 질의 답변이므로 심의 순서를 사전에 정한다면 1일 출장으로도 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단 한번도 시정되지 않았다.

예산심의 때는 중심 없는 절충의 부작용이 극심해 진다. 의원 개개인의 이해사항과 지역구 현안사항을 따로 따로 들어야 납득할 수 있는 요구들이 강원도 예산안을 두고 난투를 벌인다. 목표는 지역구의 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것을 증빙해 내는 최후의 전리 획득이다.

무엇보다 집행부 공무원들로부터 가장 거부감을 팽배하게 만드는 것은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의회 집행부 고위공무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사례, 도의원이 간부 공무원들을 수시로 불러 호통치는 사례가 의회 외부로 유출 되는 낮은 단계의 사례에서부터 집행부에 도의원이 개입하는 인사상 특혜를 요구하여 목적을 달성하고 요구 의원이 목적달성을 공개하여 집행부 위상을 격하 시키는 행위에까지 너무도 다양했다.

지역구의 주민들에게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문제다.

지역구에서 입지가 당당하지 않은 그들의 권위를 어떻게든 입증시켜 줄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지역구에는 없고 전체 강원도에는 실존하는 아이템을 가져와 세련되게 재포장하여 전시하는 비즈니스적 행태가 그것이다. 의원들이 전체 주민의 입장에서 주요정책을 심의감독한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 혈연, 학연 또는 개인적 감정이 개입되어 주요쟁점 사안을 처리하려는 자세와 사적인 사업에 지나친 편익과 이권 요구가 이미 선행된 결과이다.

다시 묻게되는 제8대 도의회 역할론 - 무엇을 위해 출마했는가

공무원들은 의원들이 주민의 대표자이며, 봉사자라는 긍정적 인식과 의회로부터 항상 감시, 비판, 견제받아야 한다는 기본자세를 견지하여야 하며, 행정편의주의, 소극적․방어적 태도에서 탈피하여 의회를 통한 주민의 의사 수렴태도에 적극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방의회의원 역시 집행부에서 주민을 위한 행정을 의욕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주민대표로서의 역할과 공무원에 대한 동반자, 대화자, 협조자라는 인식을 공유 하여야 한다.

제8대도의회 구성을 계기로 지난 7대 도의회를 반추하여 도의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서의 역할 재정립방안을 찾아야할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끝으로 지난 7대 어느 보직 도의원이 민선5기 단체장의 역할론을 제기하면서 말미에 던졌던 물음을 이제 도의원들에게 되묻고자 한다.

무엇을 위해 출마했는가?

2010. 7. 5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최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