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떠나는 휴가를 위해 간부공무원께 드리는 공개서한

어느덧 하반기를 연 7월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아열대성 무더위와 폭우가 교차하는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 일상의 피로가 깊어지기 전에 조직의 건강과 직원들의 안녕을 위하여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관련하여, 부분적인 결론이지만 아무래도 휴가와 관련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애니매이션 영화 「슈렉 포에버」 감상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영화속 주인공 슈렉은 인간세계 출신의 사랑하는 여인 피오나를 천신만고 끝에 얻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소형 부부젤라같은 귀를 가진 녹색의 얼굴 크고 덩치큰 그러나 착실하고 소박한 착한 괴물입니다.

그는 어느날 문득 일상의 반복에 지쳐가고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곤 이런 모습은 원래의 나하고는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이르게 되어 달콤한 하루를 얻기 위해 그만 행복했던 가정과 그가 존재하고 있는 것 하나로 충분했던 작은 왕국의 운명까지 위기에 빠뜨리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결국 파멸직전의 위기를 겪고 나서야 세상에서 소중하지 않은 건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단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으며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아내에 대한 생각의 변화였습니다. 자신이 무력한 위기에 빠져 있었을 때 아내 피오나는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연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아니라 누구도 탈출할 수 없는 익룡이 지키는 성을 거뜬히 자력으로 탈출한, 레지스탕스의 리더까지 된 강력한 전사였으며, 결국 슈렉 자신이 아내에 의해 구제받을 수 있었습니다.

혹 단 하루의 일탈로 인해 진실한 사랑을 다시 찾아야 했던 슈렉에게 아무런 생각없는 달콤한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면 많은 것이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하여 일찌감치 아내의 위대한 존재를 발견하고 확인해 줄 수 있는 계기를 찾지 않았을까요?

쉬지 않고 일만 한다고 해도 투입한 시간에 비례하여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에도 휴식과의 조화가 필요하지만 일상의 변화를 줄 가족간의 사랑에도 적절한 휴가가 필요합니다. 사랑을 주고받으면 훨씬 더 건강해 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변의 동료 대부분이 10일 이상의 연가일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선 듯 충분한 휴가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우리 조직의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어느 누구는 대통령도 취임 후 나흘밖에 휴가를 가지 않았는데 마음껏 휴가를 가는 분위기가 조성될 리 만무하다고도 자조 섞인 넋두리도 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간부공무원들의 솔선수범이 절실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을 원활하게 잘 수행해온 우리 강원도청 직원들이 즐겁게 재충전하고 부담 없이 돌아오는 진정한 휴가분위기는 간부공무원들이 만들어 주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원도를 위해 보다 더 훌륭하게 일을 잘해 낼 수 있도록 변함없는 믿음과 확신으로 말입니다.

2010. 7. 19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최종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