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논평] 무기력을 동반한 허탈감은 실패한 인사의 표본이다.

쓰나미도 바다 한 가운데서 시작할 때는 작은 파도처럼 보일 뿐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여론의 도마 위는 매우 분주하고, 구성원들은 이번 인사를 두고 연공서열을 타파한 일 중심의 발탁이라는 말을 사실상 허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완연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사심의도 없이 사실상 승진을 시킨 것이기 때문에 능력에 따른 발탁이 아니라 특혜라는 지적은 일반적인 반응이고, 두 단계를 뛰어넘는 전고미문의 비정상적 발탁사태를 어처구니없이 목도한 허탈감은 매우 팽배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비서실장은 도지사를 보좌하면서 강원도정의 중요한 정책 수립과 결정, 인사에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제껏 매우 중요한 자리로 인식되어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달라질게 없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평판이 대중에게 몹시 시끄러운 점은 발탁의 취지가 건전하였더라도 결과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밖에 없다.

인사권자의 선택이 이미 결정된 이상 결국 이 상황이 치유방법이 없는 종착이라면 안타깝게도 이번 인사는 인재의 기근현상을 측근 편향으로 해소한 역대 인사권자들의 부적절한 인사 편향과 다를 바 없는 꼴이 된다. 구성원의 큰 실망감이 정치적 가치의 변화로 선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인사권자의 큰 부담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편향적 결과에 대해 노조위원장 출신이면서 가장 개혁적이라고 생각했던 인사권자의 눈과 귀를 누가 가렸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분이 적지 않다.

어찌되었건 모든 승진인사가 연공서열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다수가 공감하는 바이지만, 발탁의 대상자가 오랫동안 출세지향적인 비친화적 단독 레이스를 펼쳐왔고 직원들과의 소통 외면 등 대표적 불합리 사례를 몰고 왔던 인물이라면 그 해석의 양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큰 우려는 신임 비서실장이 인사권자의 기대를 맞출 인물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구성원들이 호응하는 단결력으로 성과를 극대화 해낼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점에 있다. 전체 직원들의 버거움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즐거운 보좌만으로 도정성과를 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발탁의 형태가 되었든 객관성과 공감의 비율이 낮으면 양면 모두에게 폐해가 된다. 발탁의 혜택을 받은 분께 공개적으로 묻고자 한다. 주사보이상 몇 번의 승진에서 단 한 번도 발탁의 형식이 아닌 적이 있었던가? 겸양의 미덕으로 발탁을 고사했거나 단 한 번의 양보의 미덕을 보였던 적이 있었던가? 심지어는 나로 말미하지 아니하고는 장래가 어두울 것이라며 직원들을 억압한 적은 없었던가?

덧붙여 부탁하건데 깊은 자기성찰과 아울러 구성원과의 소통에도 노력함으로써 다만 인사의 결과로 얻어지는 기계적 존중보다 진심어린 존경을 담아내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꼭 해주길 바란다.

도지사에게는 구성원들의 근심과 걱정을 불식시켜 줄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유감스럽겠지만 우리에게는 조금만 더 지켜볼 여유밖에 없다.

2013. 9. 10.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최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