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공무원노동조합::

비단 우리 도청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이 과거에 비해 실무선의 인적자질이 향상되고, 전자결재시스템의 도입 등 사무자동화로 단위업무처리시간이 많이 단축되었음직 한데도, 야근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시간외근무수당 지급방법이 카드체크제로 바뀌고 수당이 자신의 지갑으로 바로 들어가게 되자 오히려 자발적 대기근무자들이 생겨나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자녀의 야간자율학습시간과 함께 하는 자녀대기성 야근, 등산, 낚시 전후에 실시하는 여가형, 결혼, 회갑 전후에 실시하는 가사형, 출강, 대학원 수업 준비를 위한 학업형 등등 일부 자발적 생계형 대기근무자는 여전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 같다. 그나마 예전과 달리 모 국장이 토일요일에 실과를 순회하면서 과장이나 사무관이 안보이는 경우 직원들에게“그 집안에 일이 있느냐?”는 등의 질책성 질문으로 은근히 대기근무를 부채질한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사회문제화된 수원시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어느 기관 불구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게 바로 시간외근무수당이다. 어느 순간 여비문제가 투명화되면서 시간외수당이 또다른 불씨가 된 격이다.

이 문제가 왜 자꾸 불거지는지 원인을 분석해 보면 근본적으로 근로기준법과 공무원보수제도인 호봉제 등 제도적인데 일차적 문제가 있다. 특히 평가기준 모호에도 불구하고 보수성격의 수당 중 유일하게 근무시간에 따라 할증지급하는 점이 체감작용을 하여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실질적으로 생산직과 달리 관리직,전문직에 대해 시간외 근무를 시간개념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법으로 시간외수당을 적용받는 직종과 비적용 직종을 구분하고 있고, 비적용 대상인 관리직과 전문직종에 대해서는 연봉산정시 시간외수당을 일정부분 반영하고 연봉계약에 이를 명시하기 때문에 별도의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얼마 전 대통령을 하겠다는 한분이 외국의 전문직들은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해 밤샘근무를 해도 시간외수당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우리의 노동현실을 비하하였는데, 이는 이러한 봉급체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개발독재적인 발상일 따름이다.

한편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고 관리직 성격인 일반공무원들에게도 단순 근무시간에 따라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실정은 근로기준법에서 시간외수당의 적용대상을 생산직 관리직 전문직 구분없이 일괄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차량운행실적을 몇킬로미터 달렸는가로 평가하는게 아니라 단지 운전석에 앉아있는 시간만으로 평가하는 체제로, 열심히 일하여 정상적으로 당일 운행실적을 채운사람에 대한 보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부분이 바로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비록 부분적으로는 연봉제 형태인 1인당 월15시간의 일괄적용제로 평가모호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대책으로는 부족하다. 차라리 현재 시행 중인 개인성과급을 부서별 집단성과급제로 바꾸고 시간외수당을 현재 시행 중인 성과급처럼 몇 등급으로 분류한 후 개인별 직무에 따라 등급책정 후 봉급일자에 분할지급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하면 시간외근무명령절차, 카드체크,결과보고 등의 행정절차를 없앨 수 있고, 일과시간 중에 업무를 완수하는 숙련도에 따라 지급하는 스킬급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적용한도인 한달에 52시간(일괄적용 15시간 제외) 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1일 2시간 공제분까지 감안할 때 한달 중 평일 내내 매일 4시간 즉 반나절을 더 근무하고, 휴일 8일중 5일을 하루 4시간 근무했다는 이야기이다. 미국 같으면 당사자는 국가유공자감이고 사용자는 노동착취로 감옥행 감이다. 이런 국가유공자족에 사무관들이 의외로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도정 실무축이 사무관급으로 이동한 결과라면 고무적이나, 높은 분들을 의식한 대기성 근무이거나 앞서 제시한 자발적 생계형이라면 직급별 한도제나, 특별한 사유없이 정시퇴근 시간을 3회 이상 어기게 되면 제재를 가하는 시책으로 정시퇴근제 정착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고 하는 포스코의 퇴근체크제를 벤치마킹 해서라도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직사회도 이제는 일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야근하는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과거 개발시대 때처럼 공무원들의 밤샘근무 자체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제는 도민들도 공무원들이 밤세워가며 도지사 인사말이나 다듬고, 보고서나 꾸미고, 도지사 치적자료나 편집하는 걸로 도청을 평가하지 않는다. 실제로 도민을 위하여 얼마나 가치창조적인 일을 했느냐가 평가의 잣대가 되는 시대에 와있다. 만약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권익보다는 노조위원장 인사말에나 신경쓰고, 위원장에게 잘보여 혜택이나 받으려는 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조합원이 그 노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해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혁신은 윗사람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혁명은 아랫사람의 지지가 있어야 성공한다. 위에서부터 혁신이 안 된다면, 아래서부터의 혁명이라도 해서 이번 기회에 비툴어진 시간외근무행태를 바로 잡아보자 !

그리고 정부도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여, 선량한 대다수의 공무원이 시간외수당이나 부당하게 타내고 있다는 일부의 시각을 불식시켜 주길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