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丈夫)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인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다듬는다.” 사마천의 사기 중 자객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언젠가 장세동씨가 전두환씨를 옹호하기 위해 인용함으로써 그의 주가를 한층 올렸던 계기가 되었던 이 말은 신의가 강조된 조직에서 인용될 법하다. 일중심의 리더, 시쳇말로 부드럽기보다 까칠한 면모로 알려져 있는 박창수 농정산림국장의 조직관은 어떨까? 28일 본관 3층 노동조합사무실에서 점심시간동안 진행된 이번 도시락 간담은 리더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 원론적인 물음으로 시작되었다.

▶ 부임이후 요즈음 많이 바쁘시지요?

- 도청에서 어디 바쁘지 않은 데가 있겠습니까? 부임후 가급적 모든 분들을 만나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우리국이 사업소만 11개소에 인원도 296명으로 큰 조직인데다 다들 너무 바쁜 일정속에서 일하고 있어 많은 분들과 만나기도 어려웠습니다. 최소한 전화라도 한통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나눔의 기회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농촌진흥청 폐지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아무래도 공무원으로서 정부의 시책에 대하여 가타부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씀드리면, 농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는 기초가 단단해야 하는데 그런 분야를 맡고 있는 것이 농촌진흥청입니다. 일본의 예를 들어도 기능이 비슷한 농업개량보급소라는 기본적인 조직은 없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어떤 분야이든 연구하는 분야는 단시간에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 감안이 된 것이 아닌가 라고 보고 있습니다.

▶ 국장님께서는 역대 최장수(最長壽) 국장으로 재임할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에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그간 일 중심으로 조직을 리드해 왔다고 보는 분들이 많은데요. 앞으로는 조직의 리더로서 일과 구성원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계획이십니까?

- 국장이 된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초심은 같습니다. 국장을 오래 하건 짧게 하건 관계없이 일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는 과정에서 옆 아래를 계속 돌아보면서 그들의 생각 등을 챙겨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얘기를 잘 듣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 사람이 생각하는 것 보다 여러 사람이 생각해서 고민하는 것이 결과가 더 좋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더라도 국장 혼자 앞서나가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배려하여 위보다 양옆 뒤를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작년말 눈이 많이 왔을 때 산림개발연구원 동부지원에 1미터의 눈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출퇴근 문제도 걱정되어 전화했더니 모두 관사에 남아 있어서 그런 일이 없었다는데 안도했던 기억이 있었는데요 항상 주변을 살펴보며 마음을 써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것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최장수라는 표현을 하셨지만 국장이라는 자리도 언젠가는 내려가야 할 자리임을 잊지 않고 초심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 다녀보니 농정산림국 소관 사업소 근무자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비가 와야 비로소 쉴 수 있을 정도로 고된 현업 근무자였으나 실제로는 현업부서 지정이 되지 않아 혜택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별도로 생각하고 계신점이나 계획이 있으신지요?

- 우리계통의 사업소가 다 그렇습니다. 사업소를 다니면서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았고 직원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예산문제 등과 결부된 것들이 많아 제뜻대로 잘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어 없더라도 우선은 말이 라도 따뜻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노조에서도 많이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 얼마전 농정산림국 직원들이 인사불만을 표시하며 옥상에서 모였던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다른 일각에서는 농업직들은 서기관자리를 비롯하여 고위직이 많은데 무슨 불만이 많느냐는 말도 있었습니다. 이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바라면서 앞으로 농업직 인사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개념을 가지고 계시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 그것은 98년도에 구조조정을 하면서 하위직들을 많이 줄였기 때문입니다. 승진의 문제 기관장의 문제 등등의 요인을 고려하여 얻어진 그 결과로 현재에는 상위직이 많은 것으로 보여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행정․농업 자리갈등은 그 직의 특성상 전문적이고 농업에 대한 기본적인 식견이 필요한 만큼 기술을 요하는 자리에는 기술직이 가야 된다는 개념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복수직렬의 인사결과 미래농업교육원장에 행정직이 갔는데 이렇게 각각의 어느 자리에 행정직이 가고 농업직이 가고 하는 것은 제 뜻이 아닙니다만 기술을 요하는 분야는 어떤 직종이 되건 전문분야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반대의 예로 농림부에도 행정직이 많은데 왜 도에는 행정의 자리가 없느냐 하는 말씀도 있어 이 기회에 말씀드리는데 농림부의 행정직은 사실상 농업직입니다. 임용 후 계속 농업분야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전문화가 되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 어려운 말씀 한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농업직은 다른 직렬에 비해 고시출신자의 비중이 높아 진급을 비롯하여 문제가 있다고 하는 얘기가 많습니다. 여기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가장 고민하는 부분을 짚어 주셨습니다. 저도 인사 때마다 고민하는 사항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보니 해답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 강구해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겠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승진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고민을 하겠습니다만 솔직히 어렵습니다. 쉬운 답은 아니고 답을 안낼 수 없는 일이라서……

▶ 산림정책관님께 여쭤보겠습니다. 올해는 산불예방활동이 좀 더 일찍 시작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데요 어떤 판단을 하고 계십니까?

- 산불은 사전예방이 가장 중요한 차원에서 검토됩니다. 최근 지구온난화 등으로 염려스러운 부분들이 더 많아졌는데요 4월초에는 도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노조에서 보면 감자종자보급소, 감자원종장이 지부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데 국장님께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관심을 가지고 도울수 있는 부분이 있고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는 적극 노력을 함께 하겠습니다.

▶ 사업소가 신설될 경우 기능직 정원은 대부분 10급으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시도의 경우 9급 정도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진급의 문제도 있고 해서 화합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지난해 단체협약에서 기능직 직급 상향조정에 대하여도 합의가 되었다는 점을 반영하여 향후 직급 상향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 감자종자보급소의 경우 국가에서 넘겨받을 때 정원을 그대로 받은 게 있어서 조정이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면 참 좋은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공감하는 말씀이고 앞으로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습니다.

- 오고간 말씀 중에서 -

(농어업정책과장) 고시출신자들의 경우 배치되자 마자 무작정 중앙으로 올려 보내려고만 하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다음에 올려 보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일을 잘 익혀서 올라가면 중앙에서도 역량발휘하기도 좋고 또 열심히 일하다 보면 중앙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도 들게 하는 것이 인적자원 관리에도 더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인적자원이 부족한 우리 강원도에서는 중앙부처의 인맥관리도 중요한 면이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도에서 수습사무관을 한 사람들은 우리도에 대한 호응도 무척 좋습니다. 이해해주는 면도 빠르고 자연스럽게 인맥관리도 되는 점을 본다면 우리도의 고시출신자들도 잘 관리해주는 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정산림국장) 노동조합의 강령에 있는 “즐거움과 자긍심이 넘치는 공직사회 실현”이라는 문구는 부드러우면서 여러 가지 뜻이 함축된 참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내용이 정말 좋아서 들어갈 때 마다 보게 됩니다. 항상 그런 마음으로 노조가 활동하시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