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 도의회는 처우개선보다 봉사하는 자세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 도의회청사가 도민들과 공유하는 열린공간으로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

강원도의회가 33억6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지하1층 지상4층규모의 의회청사를 9월까지 신축하고, 기존청사는 10억 9천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하여 「의원연구실」과 별도의「상임위원장실」을 설치할 계획으로 실시설계에 들어갔다.

우리는 일단 주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가 의원들이 전문적인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데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본 계획이 시행초기 논란이 되었을 때 “도민의 여론을 최대한 수렴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의사당을 신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일간지에 발표했음에도 그동안 도민들의 여론수렴에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점은 정말 유감이다.

사실 의사당 신축의 당위성보다 「의원연구실」이란 명칭으로 모든 의원들에게 30㎡의 독립된 개인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기존청사의 리모델링이 문제다. 지난 3년간 물가인상률이 매년 2%대였음에도 2008년 도의원 의정비가 지난해에 비해 10.7%나 인상된 것까지 고려한다면 없는 살림에 지나치게 도의원들의 처우개선에만 편중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구나 부속적으로 개별 의원연구실에 방문객 접견을 위한 소파와 탁자, 컴퓨터, 프린터, 책장 등이 추가 구입돼 설치될 것이고 의원보좌인력 배치계획까지 전격 검토될 것이라면 추가예산의 투입규모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과연 도민적 합의가 있었는지 이 점에서 다시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도청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그저 암담한 심정뿐이다. 도지사도 자신의 집무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쓰고 있지만 사무실마다 공간이 좁아 좌석배치도 나란히 하기 어려운 부서가 여전히 수두룩한데다가 서류 보관장소가 없어 옥상의 창고에까지 오르내리고, 민원인이 찾아와도 함께 앉을 자리조차 없어 난처해 하는 집행부 공무원들의 고충은 다른 세상이야기일 뿐이다.

효율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하나같이 막대한 예산이 편성돼 설치될 '의원연구실'이 회기 중에 잠깐 대기실로 이용될 뿐 연구목적에 활용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전 의원이 매일 출근해서 연구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여서 지역구가 없거나 인근지역인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연중 활용도가 1/3에도 못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정 연구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의회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갖춘 번듯한 자료실이며, 도민들과 공유하며 도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세미나실이나 상설교육장 같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할 것이다. 그간 도의회는 세미나는 물론 각종 연찬회 등 모임이 있을 때마다 멀리 떨어진 외부시설을 이용하면서 예산지출도 많았는데 그렇게 된다면 그러한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논란 끝에 건립되는 의사당과 리모델링 공간이 도민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공간이 될 때 의정활동능력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의원들의 진정성은 자연히 전해 질 것이며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막대한 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에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번 일이 도민들에게 '도의회가 말만 잘해 놓고 실천은 뒷전일 수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준 사건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도의회에 초심에서 다시 한번 이번 건을 검토할 용기는 없는가라고 묻는 대신 의원의 전문성을 기르고 도민의 지지를 받는 의회가 되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시대에 부응하며 변화하는 도의회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