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된 사회에서 살고 싶어요

주독야경(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일한다) 중이면서도 강원대학교 생활도서관 대표를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윤자은(강원대 철학과 3학년)씨. 강원희망신문이 그 '사람'을 만났다.

▣ 일하면서 학교 다니기 힘들지 않아요?

학교 입학 후에 1학기 다니고 휴학을 한 적이 있어요. 어머니 혼자 벌어야 하는 형편이라 제 생활은 제가 책임지고 있거든요. 한 학기동안 휴학하고 돈을 벌어서 학교를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학교를 다니면서도 계속 일을 하게 됐죠.

입학할 때는 장학금도 조금 받았는데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공부에만 전념하는 친구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아요. 하루에 8시간씩 일을 하고 새벽에 들어와서 수업에 들어가면 졸리기도 하고 시간이 없어 과제물을 못 내기도 하니까 성적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가끔은 공부를 하기 위해 일을 하는 건지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건지 헷갈리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벌어서 학교를 다니니까 보람도 있고 좋아요.

▣ 일을 하면 등록금이 충당되나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생활비로 쓰고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요. 대출원금이 1천만원 넘게 쌓였고 이자도 한달에 10만원씩 내요. 졸업해도 원금을 쉽게 갚을 수 없을 것 같아 최근에 상환을 최대한 유예했어요.

▣ 1학년때부터 일을 했다고 했는데 그동안 어떤 일을 했나요?

휴학했을 때는 오전에는 약국에서 처방전 작업을 하고 저녁에는 고기 집에서 일을 했어요. 복학하고 호프집에서 2년 정도 일을 했고 작년부터는 닭발 집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 일하는 곳이) 다른 곳에 비해서는 괜찮다고 생각을 해서 계속하고 있는데 일이 너무 힘드니까 많이 고민해요.

보수는 하루에 8시간 일을 해서 3만 5천원 정도 받아요. 한달 벌어 한달 살고 또 한달 벌어 한달 살고 그렇게 생활하고 있어요.

▣ 강원도에 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은?

지금은 집이 서울이고, 입학 당시에는 부천에 살았어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대가 강원대라 강원도로 왔는데 지금은 춘천이 더 익숙해요. 졸업하고도 강원도, 특히 춘천에 있고 싶어요.

춘천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학교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선배님들이 좋아요.

교통은 불편해요. 산도 많고 구경갈 데도 많은 춘천에 살면서도 이동수단이 없어서 가 본 곳이 별로 없어요. 좋은 강연을 듣기도 힘들고 문화혜택도 부족한 편이라 아쉬워요.

▣ 졸업 후 진로는?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 권리를 갖지 못하고 억압받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고 싶어요.

▣ 자은씨가 꿈꾸는 세상은?

민주화된 사회에서 살고 싶어요.

1월에 용산 참사가 있었고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진상규명도 안 되고 수사 기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이런 상태에서는 어떤 민주주의도 얘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또 쌍용차 파업이 노노간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데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어요. 노동자들이 이유없이 잘려나가는 상황에서 우리가 방관하고 있으면 민주주의는 없다고 생각해요.

노동자가 노동의 가치를 느끼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이 민주화된 세상이라고 보거든요. 그런 사회에서 꼭 살고 싶어요.

기사원문 : http://www.chamhope.com/news/bbs/board.php?bo_table=news&wr_id=124&sca=%BB%E7%B6%F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