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축소땐 별정·계약직이 ‘희생양’

일반 공무원직만 신분 보장… 퇴출 1순위 우려

행정안전부 계획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를 강행할 때 별정·계약직처럼 신분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직원들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제처 심사를 마친 ‘국가인권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전부개정령안’에 따르면 인권위 정원은 208명에서 164명으로 44명(21.2%) 줄고 인권위의 부산·대구·광주 지방사무소는 ‘인권사무소’로 이름이 바뀐다. 개정령안은 30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될 게 확실시된다.

감축 대상 인력에는 고위공무원단 2명과 ▲4급 8명 ▲4급 또는 5급 3명 ▲5급 9명 ▲6급 5명 ▲7급 9명 ▲기능직 8명이 포함됐다. 2001년 11월 출범한 인권위에는 공무원 출신과 시민·인권단체 경력자가 각각 절반가량 섞여 있다. 개정령안이 통과되더라도 국가공무원법이 신분을 보장한 공무원직은 해고할 수 없다. 개정령안도 부칙에 ‘감축되는 44명에 해당하는 초과 인원이 있더라도 개정령상 정원과 일치할 때까지 그 초과 인원만큼 정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경과규정을 둬 공무원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령안은 ‘초과 인원이 별정직인 경우 이 영 시행일부터 6개월간, 계약직인 경우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정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본다’고만 규정했다. 정원을 넘어선 일반 공무원직은 기한 없이 신분을 보장해 주지만 별정·계약직은 일정 기간까지만 보호한다는 뜻이다.

현재 인권위에 소속된 별정·계약직은 모두 28명이다. 개정령안이 통과되면 인력을 줄여야 하는 행안부는 이들부터 정리할 수밖에 없다. 시민·인권단체 출신 인사들은 단체 활동경력 5년 이상이면 5급, 15년 이상이면 3급 공무원으로 특채됐다.

지난해 각 부처가 진행한 조직개편에서도 일반·특정직(검·경찰 등) 500여명과 별정·계약직 100여명이 초과 인원으로 분류돼 재교육받았을 때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일반·특정직공무원은 교육 후 대부분 소속 부처로 복귀했으나 별정·계약직은 일자리를 잃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신분이 보장되는 일반직은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면서 “대부분 부처에서 인력을 감축하는 마당에 인권위의 별정·계약직만 따로 전환배치해 주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 조직을 줄이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상 별정·계약직부터 나가라고 한다면 이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감사원은 인권위 조직을 감축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감사 결과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