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공무원노동조합::

강원도청공무원노조의 단체협약 체결의 의미

지난 2007년11월13일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강원도지사와 5차에 걸친 단체교섭을 마무리하고 역사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강원도청노조는 2001년도에 직장협의회로 시작하여 6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노조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한 것은 2004년부터였으며 올해 1월3일자로 설립신고를 하였다.

그 동안에는 도지사와 정례협의회를 통하여 조합원들의 권익과 근무조건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 왔으며 노동조합으로써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사회에 노조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단체협약이라는 계약을 통하여 공무원노동자의 근무조건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에 "역사적이다"라는 수사를 붙이기에 주저함이 없다.

노동조합은 인류발전의 핵심이다. 농업시대에는 왕권을 가진 강한 지배계급이 있었고 인류라고 하는 대부분은 농민에 지나지 않았다. 그 외에 노예가 있었는데 사실 농민도 노예나 다름 없었다. 산업화가 진전되어 공장이 생기면서 농민이었던 대부분의 인류가 점차 공장근로자, 즉 임금 노동자가 되었다. 「계약자유의 원칙」이 주류를 이루었던 초기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참으로 참혹했다. 하루 16시간 넘게 일해야 했고 여성과 어린아이들도 심한 노동에 시달렸다. 이런 비인권시대의 막을 내리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시작은 1789년 「프랑스혁명」이었다. 이 때부터 비로소 노동자가 시민으로서의 권리, 즉, 인간적인 인권을 보호받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노동3권」의 보장으로 인류의 대부분인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나라는 조선왕조가 무너지고 식민지를 거친 후 민주공화국 헌법을 만들었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난지 150년이나 지난 후의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군사독재정권의 등장으로 민주헌법은 사장되고 인권이 무시되는 긴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그 동안에 수많은 희생을 치른 민주화투쟁을 통해서 인권이 살아나고 노조를 만들 수 있는 시기는 해방 후 40여 년이 지난 1987년 「6월 항쟁」 이후의 일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20여 년이 지난 2006년에 비로소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되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공무원노조를 민주화의 마침표라고 한다. 미흡하지만 공무원노조를 허용한 대한민국은 이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가 공무원노조를 허용하지 않아 OECD 가입이 거부되었었고 이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가입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중에 공무원노조를 허용하지 않은 나라는 이제 없다.

그래서 노조는 인권을 말한다. 하늘이 내린 천부적인 인간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활동을 한다. 공무원노조도 마찬가지다. 기득권을 가진 쪽의 이익을 노동자 쪽으로 조금이나마 분산 이동시키고자 한다. 성경 말씀에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고 하였다. 공무원노조의 기본적인 목적은 바로 공정이고, 공평이다. 즉, 차별의 철폐이다.

그 동안의 민주화 과정은 모두 이러한 차별을 없애는 과정이었듯이 고위직과 하위직의 정년차별, 연금차별, 권력자와 국민의 차별, 부자와 가난한자의 차별, 남성과 여성의 차별, 중앙과 지방의 지역 차별도 있다. 며칠 전 나는 지방의 차별을 철폐하고자 하는 「지역균형발전 촉구 자전거 전국투어」에 직접 참여한 바도 있다. 이러한 차별철폐는 노조만의 목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바램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강원도청공무원노조는 권위적인 조직분위기 개선, 격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근무조건 개선, 불합리한 국정감사제도의 개선, 조직 및 인사관리의 공정성 확보 외에도 아름다운 직장문화 만들기 운동 등으로 공직사회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 노동조합이나 도지사나 단체협약의 체결로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무를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서로 서명하고 약속한 계약이 원만하게 성과를 내고 완료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이행해야 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민주화는 거의 완성되었다고 하나 무엇이 정의인지 혼돈스러운 사회에서 기득권세력에 빌붙지 않고 항상 약자를 위하여 활동하고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노동조합이 그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의의 검(Sword of justice)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나는 2004년도 공무원노조의 1일 연가투쟁으로 도내 86명이 해직되는 사태를 맞으면서 면도를 하지 않고 수염을 기르는 투쟁을 지금까지 전개하였다. 단체협약을 계기로 면도를 하였는데 아직도 복직되지 않은 공무원이 도내에만 11명이나 남아 있다. 이들이 아직도 차가운 거리에서 맨몸으로 투쟁하고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제는 배척이 아닌 포용의 정신으로 그들을 복직시켜야 할 때다.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그리고 하위직 노동자를 위하여 희생한 그들의 고귀한 정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중앙정부나 도지사의 특단의 결정이 있기를 다시 한번 촉구하며 기대한다.

2007. 11. 20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상호

* 2007.11.28일자 강원도민일보에 실린 보도기사의 원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