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寬은 문화 유씨로서, 호는 夏亭이다.
柳寬은 성격이 너그럽고, 공손하며, 곧고, 바르며, 널리 경서와 사기,병법에 관한 책들을 통독했으나, 재산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고서나 역사서를 읽고, 후학을 양성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다.

  그는 형조판서가 되었을 때 임금께 글을 올려 지나친 고문을 지양하고, 법에 없는 형벌을 금단시키도록 간언하여 인명을 중히 여기는 풍조를 만들고자 하였으며, 임금이 이를 받아 들여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정사를 위해서 柳寬은 많은 일을 했지만, 원체 성격이 청렴하고 방정하여 가장 높은 벼슬을 하면서도 초가집 두어 칸에 살며 거칠은 베옷과 짚신으로 담백하게 지내었다.

  어느 때 장마가 한달이 넘도록 계속되어 집안에 빗발이 내려 우산을 받쳐 들고도 "우산도 없는 집에서는 어떻게 견딜까" 하고 부인과 농을 주고 받을 정도로 여유와 유머가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 일이 있은 후 장마가 지면 태종은 繕工監을 시켜 밤중에 바자를 쳐 주고 柳寬에게는 알리지 않도록 할 정도로 그의 충정과 검소함을 높이 인정하였다.

  柳寬은 역사편찬의 책임을 맡아 史局을 자주 드나 들었으나, 간편한 사모에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왕래했으며, 가마나 말을 타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그의 검소하고 깨끗한 아량에 탄복했다.  관용차를 타고 시장을 보러 다니는 몰지각한 공직자와는 천양의 차이가 있는 일이었다. 

  벼슬이 정승에 오른 후에도 그의 행동은 평민과 다름이 없었다. 누구든지 집에 찾아오면 맨발에 짚신을 신고 나와서 맞았으며, 한가할 때면 호미를 들고 나가 채소밭을 몸소 매고는 하였다.

  언제나 밤중에는 글을 외우며 뜻을 되새기고, 항상 민생을 건질 것을 생각하면서, 다리를 놓거나 서원 또는 공공의 건물을 짓는다면 없는 살림이면서도 돈과 베를 형편대로 시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울러, 그는 가난하면서도 남에게 주기를 좋아했고 작은 물건이라도 남의 것을 얻으려 하지 않았으며, 친구 사이에는 의례 재물을 서로 나누어 쓰는 의리가 있다 하나, 아예 요구하지는 않는 것이 옳다는 주의였다.

  柳寬은 세종 15년 88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죽자 世宗은 흰옷을 입었으며 백관을 거느리고 직접 곡을 했다.  시호는 文貞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