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白吏의 길 (4)

 세종대왕은 黃喜를 가리켜 「蓍龜(시구=점괘)와 權衡(권형=저울)」에 비유했다.

 조선 500년을 통해 업적이 많고 어진 재상으로는 黃喜, 許稠, 尙震,孟思誠 등이 일컬어지나 그 중에서도 당연히 黃喜 정승을 제일로 친다.

 세종은 국가의 일을 의논할 수 있는 원로대신으로서의 황희를 "시구"로 비유한 것이었다.

 고려 공민왕 12년(1363년) 강릉부사 君瑞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장수 황씨로 자는 懼夫며, 처음 이름은 壽老였고, 호는 尨村이다.

 그는 太祖4년 성균관 학관으로 시작하여 형조, 예조, 병조, 이조의 정랑(正5品)을 거쳐 太宗5년 지진사(세종 때에 도승지)에 이르렀다.

 예조판서 시절 강원도의 큰 흉년이 들어 걱정을 한 세종은 黃喜를 강원도 관찰사(行職)로 보내어 보살피게 하였고, 黃喜는 정성을 다해 백성을 구제한 결과 신음하던 강원도민들의 괴로움이 크게 없어졌다.

 ※ 行職 - 품계는 높으나 직책이 낮은 벼슬 (반대어 - 守職)

 그는 영의정에 올라 致辭할 때까지 18년간의 영의정을 비롯해 27년간 이나 정승 자리에 있으면서도 사는 집은 서민주택처럼 간소했다. 그의 방에는 집안이나 종의 아이들이 마음대로 드나 들었다. 어떤 아이는 떠들고 어떤 아이는 울부짖고 또 장난질을 해도 황희는 조금도 야단을 치지 않았다고 한다. "노예도 역시 하늘의 백성이니 어찌 함부로 부릴 것이냐"고 하면서 글을 써서 자손에게 전하며 훈계했다.

 그는 公과 私를 분명히 했으며, 백성과 아랫 사람에게는 관대했으나 고관에게는 엄격하고, 큰 일을 당하면 당당히 시비를 가려 굽히는 일이 없었다.

 황희는 여러 판서를 지낸 김종서 에게 만은 가혹하리 만큼 실수를 지적하고 꾸지람을 주었으나, 그의 사람됨을 보고 미리 경계하고자 했던 것이며, 자신이 정승의 자리를 물러가면서 김종서를 그 자리에 추천하여 앉혔다. 이는 정략을 떠나 인재를 가리고, 키우고, 가꿀 줄 아는 그의 성품이기도 하다.

 그는 생활이 검소하여 집을 찾는 관원들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으며, 90세로 세상을 떠났을 때 임금이 제사를 내렸으며, 모든 관청의 관원과 아전은 물론 노예들 까지도 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