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무원, 집행유예 못받는다 [헤럴드경제]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은 죄는 엄벌에 처해 마땅하나, 20년간 공직에 봉사한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앞으로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이같은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장기간에 걸쳐 5억원 이상의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받은 고위 공무원은 앞으로 최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뇌물죄의 경우 집행유예 선고도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법원은 수수액을 돌려줬거나,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아 비판을 받아왔다.

또 13세 미만의 취약한 피해자를 상대로 한 계획적인 강간범에 대해서는 6~9년의 징역형이, 강제추행범에 대해서는 3~6년형이 선고된다. 이와함께 묻지마 살인, 청부살인 등 비난받을 사유가 있는 살인범의 경우 최소 징역 12~15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4일 사법 불신의 뿌리인 ‘고무줄 양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성범죄ㆍ살인ㆍ뇌물에 관한 양형기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범죄를 유형별로 세분화한 뒤 형량 범위를 제시하고 양형인자를 가중ㆍ감경요소로 나눠 형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성범죄는 피해자 연령, 범행수법 등을 고려해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강간과 13세 이상 상대 강제추행, 13세 미만 상대 성범죄 등으로 구분해 각기 다른 양형기준안을 제시했다. 상해나 사망을 초래한 성범죄의 경우에도 개별 양형기준을 제시했으며

특히 강간살인범에 대해서는 무기징역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성폭행 유형으로는 일반강간과 주거침임ㆍ특수강간, 강도강간으로 분류했다. 양형인자 가중요소는 성적 수치심 증대, 취약한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 계획적 범행 등이고 감경요소는 자수,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 소극 가담 등이다.

뇌물죄는 3000만원 미만, 3000만~5000만원, 5000만~1억원, 1억~5억원, 5억원 이상 등 뇌물액수를 기준으로 범죄 유형을 구분했다. 약속에 그치거나 소극 가담한 경우, 초범이거나 자백한 경우에는 형량을 감경하되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3년 이상 장기간 뇌물을 수수한 경우, 누범이거나 고위 공무원의 경우에는 형량을 가중하도록 했다. 양형위는 집행유예 기준을 따로 제시했는데 △신분 상실 또는 사회적 명예 실추 △부정한 이익의 몰수 △관련 징계처분 등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양형위는 살인의 경우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보통 살인, 비난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 동기를 중심으로 유형을 구분했다. 참작할 만한 사유는 장기간의 가정폭력ㆍ성폭행 등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하다 못해 살인을 저지른 경우 등이며 비난할 만한 사유는 ‘묻지마 살인’이나 청부살인 등 범행 동기가 매우 좋지 않은 경우다. 이밖에 가중요소로는 계획적 범행, 잔혹한 수법, 취약한 피해자 상대 범행을 꼽았으며 집행유예 선고시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재범의 위험성 등을 제시했다.

양형위는 이날 이들 3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놓고 1차 공청회를 개최한 뒤 내년 4월 최종 양형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