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정부'는 옛말…MB코드용 위원회 난립

[ 2008-11-28 07:00:00 ] CBS

집권과 함께 정부 산하 530개 위원회의 절반 이상을 폐지했던 이명박 정부가 최근에는 각종 위원회를 신설하며 ‘작은 정부’방침을 스스로 역행하고 있다.

더구나 신설 위원회에는 기획재정부 등 '힘있는' 부처의 고위공무원을 주로 발령할 것으로 알려져 정부조직 축소에 따른 인사문제 해소 목적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입맛 맞는 위원회 줄줄이 신설

정부는 지난 5월 27일 국무회의에서 530개 정부 자문위원회 가운데 273개(52%)를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을 확정, 의결했다.

의사결정을 더디게 하고 공무원들의 책임회피 구실만 제공하는 방만한 위원회를 정리해 정부 조직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방침을 뒤로하고 위원회 조직을 다시 슬그머니 늘리기 시작했다. 국가브랜드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 미래기획위원회,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중으로 정부는 위원회 신설 및 운영예산에 80억원을 책정해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하겠다고 언급한 직후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생겨나는 위원회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또 녹색성장위원회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대통령 직속자문기관으로 출범이 준비 중이며, 미래기획위원회는 지난 5월 대통령령에 의해 설치됐다.

정부는 이밖에 IT를 통한 국가발전전략을 세우겠다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신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결국 자기 입맛에 맞는 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해 기존 위원회를 없앤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법상 국회의원들이 각종 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위원회가 ‘남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내년 12월 31일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폐지하기로 했던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존치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의원들의 고유 입법 권한으로 정부에서는 사후대응을 할 수 있을 뿐”이라면서 “신설되는 위원회 현황을 모두 파악할 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유휴 공무원 집합소?

이처럼 위원회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정부조직 축소로 포화상태에 이른 공무원들을 배려하려는 측면도 강하다.

여기에는 “위원회는 위원회의 운영 또는 추진단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공무원의 파견 또는 겸임을 요청할 수 있다”(미래기획위원회 법령 제10조) 등이 근거규정으로 활용된다.

참여정부에서도 그랬지만, 위원회가 신설되면 일부 윗자리만 민간전문가가 차지할 뿐 실무작업은 대부분 공무원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의 모 국장은 최근 국가브랜드위원회 1급 자리로 사실상 내정됐고, 다른 위원회에도 인사적체를 겪고있는 재정부 등 힘센 부처의 간부들이 주로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돈다.

이에 대해 권해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여러 형태의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부처 소속 유휴공무원들이 파견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