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공무원노동조합::

<16개 시·도의회 국외여행 들여다보니…>

‘놀자판 일정’이 공무의 3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 사례로 단골로 지적돼 온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호화 해외방문 실태가 상세히 드러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6일 2006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16개 시·도 광역의회 의원들의 공무국외여행 실태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일정 중 공무와 관련 없는 관광지 여행 등에 할애한 비율이 목적성 일정의 3배에 달했고, 씀씀이도 행정안전부 권고 기준을 40%나 초과했다.

의원들은 날씨나 경관이 좋은 특정 국가나 관광지를 주로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107회의 출장 중 가까운 일본(24회)을 제외하고 지중해 연안의 터키(16회)나 그리스(15회), 이집트(13회) 등을 방문한 횟수가 가장 많았다.

전체 일정을 시간 단위로 분석한 결과 유적지나 박물관 등을 단순 견학한 비율이 73%에 달했다.

울산시의 한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유럽 박물관·미술관 견학을 통한 지역 예술분야 발전방향 모색과 운영방향 대안 제시’라는 명목으로 동유럽 등지를 방문했으나 박물관 운영자 면담이나 인터뷰 일정은 없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는 올 초 스페인·프랑스 등을 9박11일 일정으로 방문했으나 지역 교통시설을 시찰하는 공식 일정은 불과 9시간뿐이었다.

경남도의회는 기획행정위원회 의원들이 2006년 대만·중국 등지를 방문하면서 협곡을 관람한 데 이어 이듬해 교육사회위원회가 비슷한 일정으로 같은 곳을 또 찾았다. 부산시의회나 경기도의회 일부 의원은 휴무일에 외국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기도 했다.

소요 예산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공무국외여행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의원 1인당 여행 경비는 행정안전부 기준 권고액인 180만원을 40% 이상 초과한 253만원이었다.

울산시의회 측은 “해외방문 일정은 심사위원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통과된 것이고 현지방문 결과를 보고서에 자세히 기록했다”며 “단순히 일정만 보고 외유성이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경실련 임지순 부장은 “의원들의 해외여행을 심의하는 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심사위원회에 외부인사 비율을 3분의 2 이상으로 높이고 사후 심의단계를 추가하는 등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근기자>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