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공무원노조 `국감 반대' 논란 재연

기사입력2008-09-22 16:55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 다음달 6일부터 시작되는 18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국 16개 시.도 공무원노동조합이 지자체에 대한 국감에 반대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6개 시.도 공무원노조 가운데 전라남.북도를 뺀 14개 시.도의 공무원노조 위원장들은 22일 서울시청에서 공동 회견을 하고 "지방행정은 지방의회의 행정 사무감사 기능으로 검증받고 있다"고 전제한 뒤 "국회는 지방의회의 권한을 침해하지 말고 본연의 국가정책 감사에만 전념하라"며 지자체에 대한 국감제 폐지를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전라남.북도 공무원노조 위원장도 회견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6개 시.도 공무원 노조가 한 목소리로 국감반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공무원노조가 본격 활동을 개시한 2000년부터 주장해 온 지자체 국감 폐지 문제가 올해 국감 과정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 노조들은 그동안 국감장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거나 항의 집회를 갖는 방식으로 반발해 왔다.

특히 노조 측은 2003년 2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지자체의 지방자치사무와 고유사무가 국감 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이들 사무와 관련한 자료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해 긴장감을 더해 주고 있다.

16개 시.도 공무원노조는 이날 "지방자치사무 관련 자료를 계속 요구할 경우 해당 국회의원에 대해 법적대응은 물론 해당 의원의 지역구 주민들에게 위법.부당한 의정활동 사례를 낱낱이 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거 때의 `낙선 운동'과 비슷한 방식으로 특정 의원에 대한 반대 여론을 해당 지역구에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임승룡 서울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국정감사 요청자료의 80% 이상이 지방자치사무와 고유사무에 관한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자료 요구로 지자체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인 `대민 행정서비스'를 수행하는 데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한 직원은 "국감을 준비하기 위해 해당부서 직원들이 1개월여간 꼬박 매달려야 한다"며 지자체가 국감을 받는데 대해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국정감사에 대해 지자체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부 의원들이 무리한 자료 요구를 하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례로 국회의원들이 요청한 자료 중에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징계자 현황'이나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보도자료와 해명자료 일체' 등 지자체 고유사무와 국가가 위임한 사무 간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내용이 포괄적인 것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공무원 노조 측의 지적이다.

또 매년 지방의회의 행정사무 감사, 감사원 또는 행정안전부의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국정감사까지 받는 것은 국가행정의 낭비라고 공무원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국회가 국민을 대변해 지자체 업무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고 하더라도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은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국회의원들이 정말로 필요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요구해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moon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