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첫 6개월에 대한 전방위적 평가 및 검증이 예상되는 18대 국회 국정감사를 한 달 앞두고 국회는 지금 ‘자료 전쟁 중’이다.

각종 정책 수립 및 집행과정의 부실과 오류 등을 점검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치권과 ‘최대한(?)’ 방어적 수세전략으로 맞선 집행부(정부) 측이 국감자료 제출 요구단계부터 치열한 기(氣)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정치권, 특히 야당은 현 정부의 임기 초반 국정 난맥상과 정책 엇박자, 부실 정책 등으로 서민경제 악화를 가중시킨 이슈를 적극 발굴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감세정책, 한·미 쇠고기 협상, 공기업 선진화, 출총제 폐지 등 금융법안, 수도권 규제완화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야당 측은 이미 각 상임위별로 지난달부터 해당 정부부처에 1차로 자료 제출 목록을 작성, 조속한 시일 내에 제출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해당 부처에서 자료 제출을 꺼려 의원실 측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국감 자료제출을 놓고 신경전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A 의원 측은 최근 본청과 산하 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비리 등 징계처분 현황자료를 요구했지만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의원실 측은 실명과 주민번호를 뺀 자료를 재차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답변이 없는 상태.

기획재정위 소속 B 의원실은 최근 미국발 금융경색에 따른 국내 경기 둔화 여부와 관련, 미국 주택담보대출업체 두 곳에 대한 국책은행의 투자 규모와 손실액, 이자율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위 소속 C 야당 의원은 일반인과 금융회사 간 분쟁 발생시 지원하는 소송지원제도에 대한 활성화 대책 및 은행권의 무분별한 불완전펀드 판매에 대한 방지대책 등을 요청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재정위의 또 다른 D 의원 측은 최근 국세청에 기업 등의 과세 및 납세정보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역시 ‘내부 규정’을 이유로 보기좋게 거부당했다.

일종의 ‘지연술’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초선의 여당 E 의원 측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수차례 독촉전화까지 해가면서 군 부대 부지 및 시설보유 실태를 비롯해 증·개축, 보수 현황자료를 요청했지만 여전히 “곧 제출하겠다”는 식의 답변만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이처럼 상당수 의원 보좌진은 집행부 측이 답변하기 곤란하거나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정책분야의 경우 의도적으로 자료 제출을 기피하거나 구체적인 분석을 할 수 없도록 매우 간단한 답변을 보내오는가 하면 ‘추후 별도 제출’ 등 막연한 답변으로 사실상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일선 지자체의 경우 국가 사무가 아니라 자치사무라는 이유로 자체 감사 자료나 사업 현황자료 제출을 전면 거부하고 있어 의원 측과 신경전을 벌이는 등 이번에도 국회와 지자체 간 국감자료 제출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전망이다.

한 초선 의원 보좌관은 “충실한 국감 자료를 만들기 위해 미리부터 서둘러보지만 해당 기관에서 제대로 자료를 안 준다”면서 “특히 보내온 자료가 거의 졸속이어서 재요청해야 한다. 행정부의 입법부 길들이기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최진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