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주일 전 자발적으로 ‘수요일’을 선택해 요일제 등록을 마친 김씨. 끝자리 ‘7’로 끝나는 자신의 차가 구청에 들어갈 수 있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김씨의 차는 일단 입구에서 저지당했다.

주차요원은 “짝홀제는 공무원, 요일제는 민원인에게 적용된다”라며 “김씨의 차는 끝자리 7로 끝나기 때문에 출입불가”라고 말했다. 이때 김씨가 차 앞 면 유리에 부착된 ‘수요일’ 스티커를 가리키자 주차요원들끼리 무전이 오가더니 출입구가 열렸다.

서울시의 ‘선택 요일제 우선’ 정책에 따라 김씨는 일반 요일제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관공서 들어갈 때마다 이용자도, 단속하는 사람도 헷갈려 실랑이가 벌어지기 일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고유가 시대 에너지 절약책으로 마련된 승용차 요일제가 넘치는 가짓수로 혼선을 안겨주고 있다. 일반 요일제, 선택 요일제, 여기에 최근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된 짝홀제까지 더해져 관공서 이용 시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기본적으로 모든 관공서 이용 민원 차량에는 ‘요일제’가 적용된다. 월요일은 자동차 끝 번호 1ㆍ5번, 화요일 2ㆍ7번 차량이 운행을 쉬는 등 2부제 방식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서울시에서 권장 시행하고 있는 ‘선택 요일제’를 신청한 차량은 이에 우선 적용을 받는다. 김씨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시 관할이 아닌 국립대학, 병원 등의 기관에서는 선택 요일제가 아닌 일반 요일제가 적용된다는 것. 따라서 같은 날 구청에는 출입할 수 있어도 학교에는 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서형(41ㆍ남) 씨는 “좋은 마음으로 선택 요일제에 참여했으나 더 혼란스럽고 불편하다”면서 “민간인은 이렇게 단속하면서 정작 공무원은 홀짝제를 어겨도 처벌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요일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 모 경찰서 차량관리 담당 이모(35) 씨는 “요일제 종류를 구분해 일일이 통행여부를 판단해야 하니 시간이 많이 지체돼 민원인들의 항의가 잇따른다”며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짝홀제까지 살펴야 하니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녹색교통 민만기 사무처장은 “공공기관의 요일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짝홀제까지 시작돼 일반 시민의 혼란이 가중됐다”면서 “정부는 정책을 시행함에 앞서 이용자 입장에서 꼼꼼하게 검토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