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민 대신 공무원 통장 자녀 알바채용에 `도덕적 해이'

광주 동구가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모집하면서 정작 공직자나 통장, 일반 가정 자녀 등을 대거 채용한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받고 있다.

방학중 학비와 용돈 등을 벌기 위해 수많은 영세민 자녀가 궂은 일도 마다 않고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내자식'과 지인을 먼저 챙긴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광주 동구청이 최근 대학생 직장체험 연수 프로그램 명분으로 채용한 대학생은 모두 71명.

채용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자녀 등 이른바 영세민 가정의 자녀가 1순위다.

불법 주정차, 불법 광고물, 노점상 단속 등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주말, 공휴일을 제외한 1일 6시간을 근무하고 60여만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

주유소나 편의점 등 대학생들이 쉽게 하는 아르바이트의 급여에 비하면 실로 파격적이다.

이렇게 구청 등 행정기관에서 채용하는 방학기간 아르바이트의 경쟁률이 수십대1에 달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동구가 채용한 대학생 71명 가운데 9명이 동사무소 직원이나 통장 자녀인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사업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14명, 차상위계층 3명 등 이른바 영세민 자녀는 전체의 30% 수준인 17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40여명은 일반 가정의 자녀로, 구청이나 일선 동사무소 직원들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채용 과정에서도 객관성과 투명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동구는 지난 18일 채용 규모를 확정한 뒤 모집 공고 절차를 생략한 채 각 동사무소에 채용인원을 할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동사무소에서 추천된 대학생을 적합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별다른 심사 과정 없이 그대로 채용했다.

이는 타 지자체가 사무보조 자리라도 노동부 등을 통해 정식 공고 절차를 밟는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

광주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방학을 맞아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일자리 제공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 공직자 자녀 등의 일거리로 악용됐다"고 비난했다. 동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간이 촉박하고 연수생 채우기가 힘들다고 판단해 인구 비례에 따라 각 동사무소에 할당했다"며 "동사무소 직원이나 통장의 자녀를 채용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동구 관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은 3천910가구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