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杞憂) : 쓸데없는 걱정. 옛날 중국의 기(杞)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고 침식을 잊고 걱정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출전은《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이다 

우리는 지난해 9월, 강원도 비서실장에 대한 통념과 질서를 외면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파격적 인사로 조직구성원들이 극심한 공분(公憤)과 멘붕에 빠졌던 일을 기억한다. 그 충격과 조직의 동요가 어느 정도 였나하면 시위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찾아온 직원들로 노조사무실은 연일 들끓었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동요가 그렇게 끝났다고 보는 사람은 강원도청에 한명도 없다. 한마디로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직 구성원들은 “조금만 더 지켜보자. 설마 저렇게 발탁을 했고 그것을 스스로 마다않고 수용했더라도 그이의 앞으로의 행보는 조직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수준의 것이 되지 않겠는가?”하며 내심 기대하고 예의 주시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후 도청 내외에서 돌고 있는 소문은 가히 경악할 수준이다. 몇 가지만 나열하면 “직위에 맞도록 머지않아 직급승진을 시켜주지 않겠느냐, 그이가 도정전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이유는 선거에 임하는 지사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고자 하는 것이다. 게다가 현 지사의 지선 당락여부와 관계없이 자기 몫을 챙기게 되는 구도이다. 또 다른 한편에선 선거가 끝나면 고향의 부단체장까지도 밀고 당기기를 할 것이다”라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소문까지도 들리곤 한다. 이를 뒷받침 하듯 최근의 근평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는 소문과 그것이 마치 인사권자의 뜻 인양 근평권자를 압박하였다는 확인이 필요한 괴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런 근거가 희박한 소문들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거나 반박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 이전에 이런 소문들의 배경과 도정현안 해결을 위해 뛰어다니는 좋은 모습도 동료들의 눈에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조직구성원의 정서에 반하는 파격인사와 그들이 받은 상처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잘못 끼워진 단추는 다시 뽑아 제대로 단추구멍에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옷은 절대로 바르게 입을 수가 없다는 걸 누구나가 잘 알고 있다. 강원도 인사라는 옷이 단추 하나 때문에 흐트러지고 볼썽사나운 모양으로 입혀지게 해서는 아니 된다. 게다가 조직의 통념을 처참하게 무너뜨린 파격인사가 그 당시상황에서 불가피 하였다고 해도 그 파격인사의 정당성을 억지로 확보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여러 동료들의 희생과 상실감을 담보해야 한다면 어느 누가 우리 조직내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도정과 도민에게 헌신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터무니 없는 발탁의 기회만을 엿보거나 조직의 안녕과 질서를 무시한 돌발적이고 즉흥적이며 인기영합적인 행정만이 난무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머지않아 정기인사의 시기가 다가온다. 이제 4월이지만 벌써부터 잘못된 발탁인사의 결과와 잘못 끼워진 체로 정리되지 못한 단추로 인해 혹시 더 크게 겪게 될지 모를 조직구성원들의 배신감과 상실감에 대한 걱정이 오로지 지나친 기우(杞憂)이기만을 바란다. 그럼에도 오히려 선거니 조직개편이니 하는 틈을 노려 기(奇)막힌 우(偶)연으로 포장되어 발탁의 연속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우리의 동료들에게 강원도청의 조직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 그리고 밝은 강원도의 미래를 책임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한번 이런 걱정의 중심에 있는 분과 그렇게 되도록 옆에서 도운 분들의 자성(自省)과 누구나 공감하기 어려운 인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인사권자의 약속과 노력을 촉구한다. 

2014. 4. 11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