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회가 강원도가 제출한 2013년도 예산안에서 복지예산 등 총 200억 원을 대폭 삭감하자, 강원도청은 물론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이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삭감된 예산은 강원도청 개청 이래 최대 규모다.

도의회는 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원도가 제출한 예산안 3조7171억 원 가운데 신규 복지예산 61억 원 전액을 포함해, 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 예산에서 43억 원을, DMZ 60주년 사업 예산에서 22억 원을 삭감하는 등 총 200억 원을 삭감 의결했다.

도의회가 삭감한 신규 복지예산에는 '보호아동 생활안정지원', '장애인 야학운영', '어린이집 보육교사 장기근속수당', '우리동네 안전도우미', '보호자 없는 병실 운영', '지방의료원 시설 보강', '도립노인전문병원 의료장비 구입 예산' 등의 항목이 들어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결정한 예산안은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이에 강원도는 이 안이 본의회에서 최종 의결될 경우, "서민지원 등의 민생사업은 물론 동계올림픽의 준비, 접경지역 지원 등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은 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200억 원대의 대규모 삭감은 유례가 없는 일로 사실상 새누리당이 최문순 강원도정을 발목 잡고 길들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새누리당을 강하게 성토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도의회) 의원들이 보여준 정치 행태는 강원도민의 요구인 정치 혁신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준비에 차질이 발생했고 도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 예산 집행도 어려워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지방의료원 매각은 의료 취약 계층 대상 돈벌이 하라는 것"

강원도의회가 도 예산을 이렇게 삭감한 것은 도내 5개 지방의료원을 구조 조정하는 문제를 놓고 도와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도의회는 그동안 경영 부실을 이유로 도에 지방의료원 매각과 폐쇄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도는 매각 이전에 경영 합리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매각 자체를 반대했다.

그러자 강원도의회는 지난달 29일 "도가 지방의료원에 대해 특단의 경영개선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도가 제출한 예산안 전체를 심의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강원도의회가 이처럼 예산 심의 거부를 앞세워 도에 지방의료원 청산을 강하게 압박하자, 시민단체와 보건의료노조가 도의회를 강력히 규탄했다.

먼저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2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원도의회는 지방의료원 매각 권고를 중단하고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이 성명서에서 "강원도는 전국에서 자살, 음주, 흡연율이 가장 높은 정도로 건강에 대한 지표들이 매우 좋지 않은 데다 의료 환경도 타 지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강원도의회가 (만성적자를 이유로) 지방의료원 문을 닫고 민간에 넘기자고 주장하는 것은 강원도민들에 대한 공공의료 행정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는 지난 4일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의회가 공공의료 기관의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공공의료를 포기하고 의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라는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이 서민복지와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하는 이때에 지방의료원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도의회가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도의회는 4일 "도가 '지방의료원 경영개선에 대한 가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조건으로 예산안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개최했다.

이에 따라 도는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도의회가 요구한 지방의료원 진단 용역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해 쇄신불능 지방의료원의 위탁, 청산, 매각, 기능 전환 등의 방안 및 청산·폐쇄 대상 지방의료원의 선정 기준, 방법, 절차를 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런데도 도의회는 도의 지방의료원 경영 개선 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도가 제출한 2013년 예산안 중 신규 복지예산 등 총 200억 원을 삭감했다. 지방의료원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예산 심의 거부에 들어가, 나중에는 실제 지방의료원과는 관계가 없는 일반 복지예산까지 삭감한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동계올림픽 준비와 DMZ 60주년 사업과 관련이 있는 예산까지 삭감하면서, 민주당 등 도내 일각에서는 도의회가 지방의료원을 청산하기에 앞서 강원도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원도의회 도의원은 47명(교육위원 5명 포함)이며, 정당별 구성은 새누리당이 23명, 민주당이 15명, 무소속이 4명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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