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내란음모 조작, 우리 모두가 공범일 수 있다

수구집권 세력의 위기 때마다 정보기관은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왔다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은 국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이 아니다. 수구집권세력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수구집권세력이 위기에 몰렸을 때 그렇게 수집된 정보를 활용하여 국가변란, 내란음모, 간첩단 사건 등을 조작했다.

수구집권세력은 분단체제 내에서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분단은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양산해 내는 토양이었고, 수구집권세력은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악용하여 공안통치, 공포정치를 통해 자신들의 집권을 이어갔다. 그 첨병에 있었던 것이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가정보원이라는 정보기관이었다.

수구집권세력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정보기관은 공안 사건을 조작해왔다.

<조봉암 ‘국가변란’ 사건>

1950년대 장기집권을 획책했던 이승만 정부는 조봉암에 의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1952년 대선에서 조봉암은 80만 표를 받아 이승만에 이어 2위를 하였다.

그리고 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29%인 216만 표를 받아 이승만 장기집권을 저지할 인물로 급부상하였다.

그 이후 조봉암이 진보당을 결성하자 이승만 정부는 즉각 탄압에 착수했다. 그 명목은 북한과의 연계, 대한민국 음해였다. 당시 미 국무부에 송달된 서울발 보고에 의하면 “1월 초 이승만 대통령이 조봉암과 4, 5명의 동료들을 체포하고 진보당을 금지하고 해산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적고 있다.

이 사건의 재심을 담당했던 ‘진실화해위원회’는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조봉암이 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 200여만 표 이상을 얻어 이승만 정권에 위협적인 정치인으로 부상하자 조봉암이 이끄는 진보당의 1958년 5월 민의원 총선 진출을 막고 조봉암을 제거하려는 이승만 정권의 의도가 작용하여

서울시경이 조봉암 등 간부들을 국가변란으로 체포하여 조사하였고,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육군 특무대가 조봉암을 간첩 협의로 수사에 나서 재판을 통해 처형에 이르게 한 것”이라며 “비인도적, 반인권적 유린이자 정치탄압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하자 전국에서 유신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특히 민청학련은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대표적 단체였다. 1974년 박정희 정권은 민청학련의 배후에 인혁당이 존재한다며 소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조작했다.

도예종 등 8명에게 사형이 선고되었고 판결 확정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되는 초유의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지 33년만인 2007년 이들에 대한 무죄가 선고되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와 5월 광주 학살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음모 조작 사건은 자세하게 다룰 이유조차 없는, 중앙정보부가 “해방직후부터 좌익활동에 가담한 열성 공산주의자였으며

해외에서 북한과의 노선에 동조하는 반국가단체인 ‘한민통’을 만들었으며 이들 분순분자들과 근래에도 접촉”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후조종했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한 전형적인 조작사건이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4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남매 ‘간첩단’ 사건>

1993년 문민정부의 출범 이후 사회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증가하였다. 특히 안기부에 대한 개혁 여론이 비등하였다.

안기부 개혁은 수구집권세력에게는 자신들의 공안통치, 공포정치의 첨병이 무력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안기부가 프락치를 동원하여 조작한 사건이 바로 남매 간첩단 사건이었다. 거기에 동원된 프락치가 결국 양심선언을 하게 되고 당시 안기부장이었던 권영해 역시 그 사실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수구집권세력에게 2013년은 국정원이라는 공안기관이 해체될 위기에 처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2012년 대선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파악되었고 새누리당과 조중동 등 위기에 몰린 수구집권세력은 국정원을 변호하기 위해 총력을 동원하던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의 실체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고 국정원 해체를 요구하는 촛불은 더욱 커져갔다.

수구집권세력으로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터져 나온 것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었다. 따라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위기에 몰린 수구집권 세력이 위기를 돌파하고 공안통치, 공포정치를 부활시키기 위한 공작이었다.

민주당, 정의당은 국정원 범죄의 공범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을 통해 수구집권세력과 국정원은 분단체제를 확고히 하고 장기집권의 토대를 구축하려 한다. 따라서 그들의 공안통치, 공포정치는 단지 이석기 의원을 내란음모죄로 구속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려 할 것이며, 모든 진보정치세력, 진보운동세력을 탄압하려 할 것이다. 결국 그 칼날은 민주당을 향하게 된다.

민주당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내란음모 조작의 또 다른 목표이다. 이미 그 같은 목표의 절반은 달성되었다. 민주당은 국정원으로 부터 아무런 보고도 받지 않고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였다.

국정원이 수많은 공안사건을 조작해냈고 그것이 시간이 경과한 후에 대부분 무죄로 판명 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로부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사형까지 선고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설령 녹취록에 담긴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갖고 내란음모죄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정원 용공조작의 또 다른 공범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의당 역시 국정원의 공안통치, 공포정치 부활이라는 범죄 행위의 동조자가 되었다. 그들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폐지였다. 그 누가 되었건 법 앞에 당당히 임하라는 것이다. 참으로 ‘정의로운’ 논리이다.

그 논리에 따르면 도둑질한 사람이 살인죄의 누명을 써도 법 앞에 당당히 임해야 한다. 그들은 ‘국회의원 면책 특권’이라는 명분 아래 ‘십자기 밟기’에 동참한 것이다. ‘국회의원 면책 특권’ 운운은 국정원과 공범이 된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하려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자민통은 국정원과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궤변이다

최근 회자되는 대표적인 논리가 소위 자민통(자주 민주 통일) 세력과 국정원 간의 적대적 공생관계론이다. 자민통 세력은 국정원이 일으키는 공안사건으로 인해 그 존재 이유를 확인받고 그들의 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쌍용차 회사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가? 용산참사를 경험한 철거민들은 개발업자와 용역깡패 그리고 김석기를 비롯한 경찰들과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가?

적대적 공생관계론은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진보 단체와 진보적 활동을 모두 폄하하고 비하하는 논리이다. 그 논리에 의하면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고, 차베스, 룰라 같은 남미의 반미 지도자들은 미 제국주의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공범으로 전락할 것인가 운동을 할 것인가

국정원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하면서 진보진영 모두에게 공범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국정원의 공범이 된다면 진보진영은 한국 사회 진보를 위한 모든 활동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결과가 될 것이다. 국정원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집권세력의 기본적인 통치 전술은 분리,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독립투사를 ‘불령선인’이라 칭하며 조선 민족 구성원들과 독립투사를 분열시키려 했다.

군부독재자들은 민주화운동세력을 ‘빨갱이’라 하여 국민들과 분리시키려 했다. 최근에 와서 ‘빨갱이’가 통하지 않자 ‘종북’을 운운하면서 분열을 꾀하고 있다.

‘종북 논란’이 갖는 심각성은 그것이 운동세력과 국민들만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운동세력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진보운동 진영은 ‘종북 논란’에서 자유로워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신은 ‘종북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종북’이라는 단어 자체를 받아들이는 순간 수구집권세력이 획책하는 분열 책동의 포로가 된다는 것을 이번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 사건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민주당이 포로가 되었고, 정의당이 포로가 되었고, 수많은 진보적 언론사들이 포로가 되었다.

프락치만 국정원의 포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정원이 내세우는 논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이미 국정원의 포로가 되는 것이며 사실상 국정원의 프락치 역할을 하는 것이며, 국정원의 내란음모 조작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국정원은 우리에게 양단간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공범이 될 것인가? 운동을 할 것인가? 이제 우리는 거기에 답을 해야 한다.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분쇄하는 투쟁은 현 시기 가장 중요한 정치투쟁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 분쇄투쟁을 이석기 의원을 구하는 투쟁으로 단편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국정원이 내란음모를 조작한 것은 국정원을 유지, 존속하기 위한 것이다.

즉 수구집권세력의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여기에 수구집권세력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친이, 친박으로 나뉘어져 있는 새누리당 역시 이 문제에서만큼은 일치단결해 있지 않은가.

따라서 현 시기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분쇄하는 투쟁은 수구집권세력이 국정원을 유지 존속시키고 그들의 자양분이라 할 수 있는 분단체제, 동맹체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을 분쇄하는 투쟁이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한다면 국정원 개혁, 민주주의 수호는 가능하지 않다. 모두가 국정원의 범죄에 침묵하고 동조한다면 국정원 개혁,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운동 동력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수구집권세력의 장기집권을 보장하는 결과가 된다.

분열은 수구집권세력이 원하는 것이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견해 차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입장 차이, 소위 자민통 운동에 대한 시각 차이는 이 투쟁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

일제 식민지 시절 좌우가 합작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것처럼, 군부독재 시절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단결하여 투쟁을 했던 것처럼 이번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분쇄하기 위한 투쟁에서 모든 진보진영을 일치단결해야 한다.

첫째, 촛불시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그들의 1차적 목표는 촛불을 끄는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고 국정원의 개혁과 해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촛불 대오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국정원 해체를 더욱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국정원은 분단체제를 유지하고, 반민중체제를 강화해서 장기집권을 꾀하고 있는 수구집권세력의 첨병이다. 국정원이 존재하는 한 그 어떠한 민주주의도, 헌법적 질서도, 진보정치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수구집권세력의 첨병인 국정원을 해체했을 때 사회 개혁, 사회 진보를 위한 우리의 활동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