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강원도청 가족여러분께

봄 햇살에 피어오른 아지랑이를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거리에는 살기위해 수분을 내뱉어 버린 나뭇잎이 하나둘씩 색이 바래져 뒹구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올해는 유난히도 사건사고가 많았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과 소방헬기 추락, 이어진 군부내 내에서의 일탈과 어머니들의 눈물... 참 우울한 한해였습니다만 여지없이 계절은 돌아 결실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힘든 시간들 이었지만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일 수 있는 한가위를 맞아 그간 쌓인 우울함을 다 날려 버리시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이번 한가위를 기점으로 정부의 공적연금 개악시도는 구체화 될 것입니다. 아마도 추석기간 동안 가족 친지들의 모임에서 한번쯤은 연금문제에 대해서 말씀들이 오고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그분들께 공무원연금의 속성과 목적 그리고 공적연금의 개악이 국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이야기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수의 재벌과 권력층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지 않고 더불어 모두가 잘사는 우리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할 이유, 그중에서도 늙고 병약할때의 생활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당위성을 한번은 공감할 수 있도록 힘드시겠지만 노력해 주십시오

요즈음 특히 연금문제로 투쟁의 현장에 자주 나가게 되는 저를 보며 누군가는 그런 말씀도 하시더군요. 그렇게 네가 발버둥 친다고 올 것이 안오겠느냐? 나라에서 할라고 마음먹으면 하겠지... 애쓰지 말고 다치지 않게 적당히 해라... 저를 생각해 주시는 고마운 말씀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러다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권력의 횡포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저를 비롯한 노동조합의 대표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 중에 누군가 가졌을지도 모르는 패배의식과 소외 그리고 그것이 굳어진 무관심입니다.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도청가족여러분!

우리의 이 직장은 우리 세대만을 위한 직장도, 나만 생활하다 퇴직하면 사라지는 그런 곳도 아닙니다. 우리의 공직은 나라가 없어지지 않는 한 영속되어야 할 직장입니다. 게다가 국민들을 위해 무한 봉사해야 하는 값진 일자리입니다. 그 사명감과 소명의식의 바탕이 연금에 있습니다. 적은 보수와 신분상의 제약을 감수하며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 또한 연금입니다. 공무원연금의 개악은 모든 공적연금의 후퇴로 이어져 종국에는 대다수 국민들의 노후가 국가로 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정글속으로 내 몰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지금보다 더 힘든 세상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살지 않도록 그리고 그들에게 이런 고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이 오늘도 내일도 저를 투쟁의 현장으로 이끌 것입니다.

다시한번 행복하고 뜻 깊은 한가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연휴가 끝나면 모두들 소득두배 행복 두배 하나된 강원도를 만들어 가는 자랑스런 강원도청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복귀 하시길 바랍니다.

2014. 9. 5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