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강원도정의 새로운 시작과 순항을 기원하며...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인 지록위마(指鹿爲馬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만큼 2014년 대한민국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세월호 참사부터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한 해법, 공무원연금법 개악과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까지 현 정권이 행해온 본질에 빗겨가는 문제해결 방식은 가히 상식을 뛰어넘는 말 그대로 창조(?)적인 문제해결 방식이다. 세월호 침몰 후 대통령은 희생자 가족들에게 근본적 문제해결과 책임자 처벌을 눈물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사고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할 정부가 문제해결과 책임자 처벌이라며 한일이라곤 유병언 일가와 선장, 선원과 미관말직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고작이다.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의 진위는 꺼내보지도 못한 체 정보 유출자를 발본색원하는 것으로 언론과 국민을 호도하여 사건을 마무리 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악 또한 연기금재정 고갈의 원인을 밝혀 해결하는 것이 아닌 연금과 세금의 대결로 몰고가 공무원과 국민들의 분열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더니 통합진보당은 개인의 문제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당을 해산하고 급기야 국민이 뽑은 지역구 국회의원조차 그 직을 박탈하기에 이른다. 국민들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현 정부의 행보가 향후 어디까지 지속될지 참으로 지켜보기에 답답함이 앞선다.

그렇다면 최문순 호의 두 번째 본격적인 출항을 앞둔 지금의 상황은 어떠할까?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저는 지사의 지혜와 해법이 어느때 보다 필요한 반근착절(盤根錯節)의 상황이라 보고 싶다. 내적으로는 선거의 후유증과 도지사와 최측근 보좌진에 대한 조직 내 일부 구성원의 면종복배(面從腹背), 혁신적 조직개편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와 파격적인 인사검증시스템 도입에 대한 일부 구성원의 반발 등 불안정한 출항준비에 직면해 있으며, 외적으로는 정치・경제적으로 순항을 장담할 수 없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거친 바다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대한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은 최문순 호의 순항을 기대하고 지지할 것이다. 노동조합 조합원들 또한 모두가 우리의 항해가 순조롭기를 희망하며 출항에 즈음한 몇 가지 충언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한배를 탄 식구들에게 형식적이지 않은 진실된 소통의 기회와 신뢰를 보여주시길 바란다. 지사께서는 대외활동의 비중을 억지로 라도 줄이고 각계각층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내부의 문제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특히 모든 실국과장들에게 시간을 골고루 할애하여 다양한 일들과 상황, 개개인의 의견을 접하며 당신 스스로 조직과 인물에 대해 판단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기 내내 왜곡된 정보와 시각으로 인해 조직 내 갈등은 증폭되고 영혼 없는 조직과 동거 하게 될 것이 뻔하다.

인사에 대한 모든 책임은 방법에 관계없이 인사권자에게 있다. 이번에 국과장 승진 인선을 위해 도입한 다면평가제는 직원 의사를 존중하고 직원 손으로 실국과장 감을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인선시스템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법화경(法華經)에 일수사견(一水四見)이란 말이 있다. 의도와는 관계없이 보는 이에 따라 바른 선택의 수단으로도 보이기도 하고 배제수단으로도 보일수도 있다. 민주적이라 해서 모두가 잘된 인사일 수는 없으며 잘못된 결과가 정당화 될 수 없다. 소통을 강화하여 인재의 면면을 직접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직의 명칭과 권위, 업무가 가진 보편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광역자치단체는 각 시도가 가진 특수성도 중요하지만 중앙부처로부터 기초 자치단체 까지 법정 사무의 실행 연결고리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획일적이지는 않더라도 명칭만으로도 부서의 성격과 업무에 대한 이해가 쉽게 전달되어야 대내외적으로 혼선이 없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업무 프로세스가 정립될 수 있다. 또한 업무분장과 권한도 부서명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아울러 부서장의 직급이 다른 기관과의 형평에 어긋나는 것에도 거부감이 들 수 있으며 직급이 높은 부서장에게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집중되는 것 또한 도정 누수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만큼 조직이란 역사가 있고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보아야 하며 나홀로 조직이 아님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내친김에 도지사와 함께 우리 도정을 이끌어 가시는 실국과장들께도 후배 공무원으로서 충언을 올리고자 한다. 강원도정은 지사 한사람의 리더십만으로 만사형통할 순 없다. 도청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유기적으로 굴러가야만 우리를 둘러싼 어려운 현안과 외부환경을 극복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실국과장들에 대한 내 외부의 평가는 우리의 기대와는 조금 동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최문순 지사의 측근을 향한 무한신뢰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그간 전현직 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들의 문제점에 대하여 노조와 언론이 줄기차게 공격하였으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왜 일까? 옳든 그르든 판단은 각자의 몫이라 생각하고 본인의 견해를 말씀드린다.

누구에게나 역량의 한계가 있으며 지사 또한 예외일 수 없다고 본다. 그 역량의 한계를 초과하여 감당해야 하는 일이 존재하기에 지사의 도정운영을 보좌하거나 대리하기 위해 실국장이라는 직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선배들은 그간 대 의회 관계에서나 대민관계에서 소신과 위임받은 막대한 권한에 걸 맞는 모습을 얼마나 보여 주었는가? 진정으로 본분을 다했다면 지사의 측근에 대한 고집스런 신뢰가 지속될 수 있었을까? 실국장이란 직위가 도청공무원으로서의 직장생활과 인생의 종착지이며 목적지가 아니라 도정과 도민을 위해 엄중한 역할이 주어진 자리임을 망각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성찰해 주시길 바란다.

우리 후배들은 혼자 잘나가는 선배보다 함께 열심히 이끌어 주는 선배를 더 존경한다. 실제로 모든 실국과장님들이 그러한 선배의 모습이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단편적 사실을 말씀드린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악반대 투쟁에 돌입해서 6급 이하 노동조합원 후배들은 정부의 권력에 맞서 신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양 부지사와 일부 뜻있는 실국과장 몇 분을 제외하고 다수의 실과장들은 아직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규모 상경집회 때마다 아이를 이끌고 참석하시는 어떤 선배님께 그 이유를 물었더니 멋 훗날 자식들과 후배들에게 역사의 한 장에서 아무 역할도 못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이번에 시행된 다면평가결과 우선승진대상자 추천에서 배제된 것에 마치 원래 자기의 것을 빼앗긴 것처럼 오해 하시는 선배님들께선 주위 후배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옛 모습을 찾으시길 바라며,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줄로 착각에 빠져 계신 선배님들께선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으시길 감히 말씀 드린다.

2014. 12. 26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 성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