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공무원노동조합::

진정 도민을 위한 “강한 의회”를 원한다.

매년 이맘때는 국회 국정감사의 시즌이다. 올해는 세월호 정국으로 인해 예년보다 다소 늦어지기는 하였지만 어김없이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국정감사는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대표적 수단으로 국가의 크고 작은 사건부터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여러 상임위별 국회의원들이 주체가 되어 행정부와 산하기관들의 운영과 실적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제시를 통해 국정운영 참여는 물론 국회의원 개개인의 역량을 국민들에게 뽐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국정감사의 이런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맘때면 시도의 공무원 노동조합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의 부당함을 외치며 대국회 투쟁에 돌입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는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할 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직무 수행권까지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엄연히 자치단체의 행정은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검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치사무 전반에 까지 국회가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지방의회를 사실상 무력화 내지는 무능력한 기관으로 치부하는 것임과 동시에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은 자체감사, 의회의 감사, 정부합동감사, 감사원 감사 등 연중 수시・중복되는 감사 수감으로 본연의 대민행정서비스 수행은 마비에 이를 지경이다.

사실 국회의 이러한 교만하고도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 지적하고 항거하며 지방자치제도를 사수하는데 앞장서야할 당사자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여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우리의 도의회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단 한번도 이의 제기나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보인 적이 없었다. 국가위임사무와 지방고유사무를 구분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요구하는 국회의원으로부터 노동조합만이 직원들의 근로조건 악화를 막기 위해 앞에서 방패역할을 자처해 왔을 뿐이다.

지난달 강원도의회에서는 강원도에 의회사무처 전문위원 공모제 및 인사청문회 도입을 공식요청 하였다. 전문위원 공모의 이유로는 전문성과 정책역량 강화, 인사권 독립방안의 일환임을 주장하고, 인사청문회 도입의 필요성으로 경제부지사를 비롯한 도 산하기관장에 대한 임명은 의회에서 정한 일정한 자격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에는 현실과 배치(背馳)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먼저 의회사무처 전문위원 공모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현재 도의회 사무처의 전문위원은 도청 과장급 내지 시군 부단체장급인 4급 서기관들로 배치(配置)되어 있다. 이들은 적게는 20년에서 많게는 30년 이상 행정에 몸담아온 명실 공히 지방행정 실무전문가 들이다. 지방행정에 대한 이해에 있어 이들을 대체할 인력이 과연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중이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의 의회사무처 배치도 자신의 희망과 도의 일방적 인사발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도와 도의회간 조율을 거쳐서 배치하고 있음을 그 누구보다 의회에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공모를 실시한다고 하면 집행부를 떠나 공모에 자원할 4급 서기관이 얼마나 존재할까? 공모에 임한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 사람이 도의회가 바라는 적합한 인재일까? 또한 강원도청의 4급 인력풀이 그렇게 풍부한지도 의문이다. 의회 전문위원의 행정능력 하향평준화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이다.

도의회 요구안에는 이 밖에도 총 6명의 전문위원 중 시행초기에 1명은 아웃소싱을 하고 점차로 확대할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웃소싱을 하려면 계약직 내지는 전문경력관(구 별정직)의 신분으로 영입할 수 밖에 없으며 이들에 대해서는 임기보장이 부담으로 남을 수 있는 등의 크고 작은 문제점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는 차치하고라도 도대체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여 지방의회에 기능에 접목하려 하는지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인사청문회 도입요구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그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다. 흔히 보았듯이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청문대상자의 신상명세는 물론 과거의 이력과 사생활, 재산형성 과정, 범죄사실 등의 개인정보가 낱낱이 드러난다. 이러한 개인정보의 조사와 공개는 법적인 근거 없이는 절대로 실행될 수가 없다. 도의회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인물을 검증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지방의회 차원의 인사청문회를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임명 후 검증제도”,“임명 전 사전협의 선 시행”등 변형된 형태로라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자치입법 기관인 도의회에서 탈법 행위를 자행하겠다는 발상에 대해서는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게다가 현실적인 문제는 이러한 탈법적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까지 도의 산하기관 수장을 맡아보겠다고 나설만한 유능한 인사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얼핏 집행부 고유의 인사권한에 대한 과도한 침해 내지는 간섭으로 이어져 도정운영에 저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대한민국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지 23년이 되었다. 이번 제9대 강원도의회 개원사에서 도의회 의장께서“강한 도의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하였다. 도의회의 위상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말씀에는 공감에 더해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도의회의 위상과 역량의 강화가 전문위원의 외부영입과 인사청문회를 통한 인사권의 독립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 근시안적인 사고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지방자치 2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지방재정은 국가위주의 세제로 인해 자주재원 확보는 요원한 가운데 당장 우리 앞에 놓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개최의 숙제인 시설공사를 마무리할 재원이 없어 빚을 내어야만 하는 실정이다.

지방의 정치면에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앙당의 공천에 의해서만 인재의 우열이 가려지고 그 모든 영향은 도민이 감내해야만 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 안에서 탄생하고 영위하는 지방의회가 진정한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원하신다면 정치와 행・재정분야부터 중앙으로부터의 예속에서 벗어나 실질적 의미의 주민자치를 위한 권한과 실력을 확보하는데 그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자치권에 대한 수호도 제대로 하지 못한체 도 집행부와 실력 우위를 과시하는 것이 도민이 바라보는 “강한 의회”는 아닐 것이다. 이제 제9대 도의회가 시작 된지 석달 남짓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도정의 실질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도민을 대변하는 진정“강한 의회”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2014. 10. 7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