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스스로의 무능을 일선 공직자에게 전가하는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의 자만과 자신감은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진도앞바다 깊숙이 가라 앉아 버렸다. 우리의 정부는 이러한 국가적 재난과 위기사태에서 무능력과 무책임,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대응능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반면 정부 비판에 대한 해명과 단속에 있어서는 특유의 발빠름과 구태의연(舊態依然)한 대처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우리 공무원노동자들은 비상체제에 돌입하여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하고 조속한 사고수습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비상근무 중에 있다. 이러한 와중에 정부는 공직자 특별 감찰활동을 통해 감찰실적을 받고 지자체에 복지부동 공무원 명단을 제출하라는 등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모든 책임을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전가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의 한심한 작태는 그것을 수행하는 자들의 면모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어버이날인 어제 도청 모 사업소에 들이닥친 국무총리실 감찰원은 신분증이나 공문 등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직원들의 복무상황과 관련된 자료를 요구하였다고 한다. 마침 민원과 현안에 바쁜 직원들이 감찰원을 제때 응대하지 못하자 그 감찰원은 “국무총리실에서 온 사람을 수행하지도 않느냐” 며 화까지 내었다고 하니 도대체 우리 지자체 공무원들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 울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실종자 수습과 피해자 가족의 안정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여야 한다. 또한 이번 사고를 대한민국이 과연 올바르게 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며 국민편의와 경제발전을 위한다는 규제완화 속에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규제도 포함시켜 왔던 실적주의 행정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되풀이 하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일부 언론의 정권의 입맛에 맞춘 보도행태와 지금 이 시간에도 사고수습을 위해 일선에서 헌신하는 공무원들을 그릇된 시각으로 국민에 호도하여 상처 주는 행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며 진실만을 보도함으로써 희생자 및 실종자 유가족의 상처와 슬픔을 치유하는데 앞장서 주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원하며 희생자 가족의 아픔이 조속히 치유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4. 5. 9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