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인가 망사(亡事)인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면서 단행된 이번 인사는 규모만 컸지 내용을 들여다보면 능력에 맞게 적재적소에 인사를 하였다고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수준 이하이다.

다양한 현상들이 이번 인사에 대한 상당한 비판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인사 후 불만 섞인 여러 말들이 돈다는 것은 인사운영능력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조직을 더욱 불신으로 내몬 이번 인사는 그 결론이 일회성 부정적 평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인사를 최종적으로 지휘한 책임자가 그 무능력의 심판을 받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TF에 도정이 함몰되어서는 안된다.

각 과 특히 사업부서에서는 일할 맛 나지 않는 인사라며 불만이 여간 아니다. 열심히 일해왔지만 알아주지도 않고, 일은 더욱 늘어만 가는데도 허리역할을 하던 사람들은 TF로 빠지고…….

어찌되었건 정리는 되는 모양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꽤 여러 부서에서는 구조조정 이후에도 불구하고 시군 파견자의 인력에 업무의 상당부분이 의존될 전망이다. 일 한번 멋있게 잘해보고 싶은 대다수의 성실한 직원들은 무기력함에 기운이 빠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 늦기 전에 과연 우리가 이지경에도 불구하고 기존조직에 대한 아무런 개선책 없이 얼마나 잘 나갈지 모를 일부 TF에 도정 전체가 함몰되고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기능직에서 전직한 것이 원죄인가?

인사 대상자 이건 아니건 인사 때마다 원거리 사업소로 전보되는 직원들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참으로 유별나다. 기능직에서 특별공채된 여직원들을 하나같이 강릉지역으로 전보한 것이다. 이들 중에는 두 살배기 영아를 둔 젊은 엄마도 있다. 정말 가혹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들이 기능직에서 머무르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행정직으로 전직한 것이 무슨 원죄라도 되는 것인가?

아주 적절히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총무과 인사팀에서 승진하여 전보된 두 사람이 나란히 본청에 안착한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된다. 총무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무슨 용빼는 재주라도 있는가 본데 그런 재주 많은 사람들이 원거리 사업소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모범적일까?

최근에 물의를 일으킨 예를 볼 때 구성원들의 인내심도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번 건으로 인하여 스스로의 정체성이 대부분의 조합원들과는 화합할 수 없는 맹목적 충성심의 실체뿐인 것으로 증명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기 바란다. 아울러 가장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와 불투명한 인사운영으로 지탄받아온 총무과가 하루빨리 도청에서 가장 공신력있는 조직으로 추앙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려되는 행정부지사의 무능력과 오만

단적으로 이번인사는 연금개악, 구조조정의 폭풍속에 갈수록 열악해 지는 근무조건에서도 묵묵히 일해 온 하위직들에게 존중받기 보다는 일회용 부속물로 간주되고 전락할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만 강하게 심어 주었다.

왜 이정도 수준밖에 안되는가?

인사운영이 신중하다며 인사결재만 들어가면 행정부지사가 워낙 꼼꼼히 챙겨 보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인사팀의 너스레는 그야 말로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 악수도 이런 악수가 없으니 말이다. 고수도 아닌 자가 장고(長考)만 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공부는 미리미리 해두어야지 시험장에 가서 문제보고 공부하면 아무리 장고해도 정답은 피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또 이번 인사 난맥상의 책임뿐 아니라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행정부지사의 작태가 하나 더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노사합의하에 구조조정 이후의 직원 사기진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협의회」를 8월 8일에 개최하여 심도있는 논의를 갖기로 했지만 당일 행정부지사는 이를 한마디로 거부했던 것인데 그 가장 큰 이유가 노조위원장이 노사협의회장에 대표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당초 예정대로 노사협의회가 8월 1일로 개최되었다면 노조위원장이 불참할 이유가 없었으나 굳이 그날은 총무과장과 자치행정국장이 휴가중이라 곤란하므로, 노조위원장이 비록 휴가중이더라도 8월 8일에는 수석부위원장을 대표로 하여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더니 이를 순식간에 뒤짚은 것이라 더더욱 그렇다.

이런 오만함에는 조합원의 존엄과 권리, 약자에 대한 배려, 현실 구조에 대한 비판과 토론의 마당은 들어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행정부지사라면 도정전반에 대하여 총괄적인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런 그가 기실은 아무것도 아닌 격을 논하여 조직 전체의 관심사인 하위직 사기진작방안을 무시하다니 다른 시도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까 부끄럽기까지 하다.

이런 와중에 과연 역사가 후퇴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그간 얼리버드 등과 같은 역대 행정부지사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직원사기 악화라는 기가 막힌 상황들만을 연출해 오면서 노사관계는 악화일로에 처하게 하여 조합원들에게는 실망만 주었을 뿐 아니라 결국 이같은 일로 노조에서 갖고 있던 마지막 신뢰마저 여지없이 무너뜨렸으니 말이다.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이제라도 행정부지사는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라며, 그렇지 않으려면 물러가야 할 것이다. 도청노조는 일할 맛 나는 조직운영 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전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에 나설 것을 경고하는 바이다

2008. 8. 11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