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강원도내 시군 중 최초로 원주시에서 120명 규모의 직장보육시설인 “원주시청 어린이집”을 개원하였습니다. 시군을 선도해야 할 도에서는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렇듯 시대의 흐름에 재빨리 대처하는 원주시가 부러울 뿐입니다.

이에 우리 노조사무국에서는 도청 어린이집 설치를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리며 작년 노조사무국에서 올린 글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유게시판에 “보육시설”을 검색하면 타시도 보육시설 현황에 대한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도청에 직장보육시설이 설치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부정적 견해를 표현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몇가지를 짚어 보았습니다.

1. 왜 꼭 직장보육시설이어야 하는가?

  - 집 근처 많고 많은 보육시설 중 한곳을 이용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직장보육시설을 이용해야 하는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거꾸로 왜 국가에서 굳이 법에 언급해가며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독려하는가를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일하는 엄마들의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근처 보육시설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게다가 춘천시내 조금 훌륭하다고 소문난 보육시설은 경쟁률이 보통이 아닙니다. 5:1이 넘는곳도 있고 선착순으로 뽑는다고 해서 새벽같이 나가서 하루종일 줄을 서기도 합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도 좋은 시설에서 아이를 맡기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일일이 따라다니며 챙길 수가 없습니다.  또한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직장보육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여성근로자의 근속기간이 길어지고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보고내용을 볼 때 양쪽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기업체에 보조금을 줘가면서까지 설치를 독려하고 있는 마당에 솔선수범해야 할 도에 어린이집이 없다는건 어찌보면 직무유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2. 보육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므로 보육시설은 필요치 않다?

    보육수당과 보육시설 설치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보육시설을 설치하고도 직장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보육수당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을 보육시설을 설치하면 보육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논리로 직원 전체를 양자택일의 길로 내몰아 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보육시설은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민영보육시설 일과 후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방치해야만 하는 직장여성을 위한 마지막 보루입니다. 여러 가지 여건상 직장보육시설보다는 집 근처를 이용하겠다는 직원은 그냥 보육수당을 받아가고, 보육수당보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절실한 사람은 직장보육시설을 이용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도의 보육정책은 이런 점에서 반쪽짜리 일 수밖에 없습니다.

3. 도청에 보육시설이 생기면 춘천시내 수많은 민영보육시설이 경영난에 처한다?

    현재 도청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녀가 모두 한곳에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니고 시내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상황(게다가 맡길 곳이 없어 춘천시가 아닌 타 지역에서 조부모 손에 키워지고 있는 아이들까지 생각한다면)에서 한 두명이 준다고 해서 당장 어린이집이 문 닫을 정도로 어렵진 않습니다. 만일 두 세명 정도의 감소만으로도 어려워지는 시설이 있다면 재정상황이 정말 열악한 곳일 것이므로 어느 부모도 그런 시설에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미 부모들이 선호하는 좋은 시설엔 대기자가 차고 넘치는 상황이라 도청 보육시설 설치로 인해 춘천시내 민영보육시설의 경영난을 걱정하는 것은 정말 반대를 위한 핑계거리 밖에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4. 경제가 어려운데 돈도 없고, 장소도 없다?

    그렇습니다. 경제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빨리 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합니다. 같은 대가를 치른다고 볼때 영리를 추구하는 민영보육시설에 직장보육시설에서와 같은 동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적정보육단가 외에도 재료비, 교재비, 특강비 등의 이유로 추가비용이 난무합니다. 퇴근시간까지 아이를 더 맡기기 위해선 보육의 질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고, 혼자 쓸쓸히 남아 눈칫밥을 먹는 아이의 마음까지 챙길 여유도 없습니다.

    삶의 질 일등도, 경제 선진도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직원들이지만 정작 그 직원들의 삶의 질은 바닥을 치고 있고, 돈으로 남의 손에 양육을 맡기는지라 가정경제도 휘청휘청합니다. 직원들의 생활이 안정되야 좋은 아이디어도 넘치고 일도 의욕적으로 해결하는데, 기본적인 생활권은 무시하고 무조건 좋은 성과만 내라는 건 욕심입니다.

    부지만 확보되면 건축비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각종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내려온 포상금의 일부를  돌려준다 생각하고 투자하면 됩니다. 그리고 장소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겁니다. 예전엔 본관과 별관 건물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했었는데, 이제와서 장소가 없다는 건 변명일 뿐입니다. 실제로 경기도청에서는 장소가 없자 행정부지사 공관부지를 어린이집에 내주었습니다. 지도부의 의지만 있으면 못 할 것이 없습니다.

5. 직원복지 향상이 궁극적으로는 강원도정의 발전입니다.

    요즘 일자리 창출이 큰 과제입니다. 산업구조가 취약한 강원도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청내 보육시설을 설치하면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일자리가 새로 창출됩니다. 기존 일자리의 침해 없이 보육교사 및 영양사 등 약 1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3,4억씩 투자한다고 해도 이만한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실 것입니다.

    또한 보육문제 해결로 둘째 혹은 셋째를 낳고자 하는 직원들이 생기면 영원한 강원도의 숙제인 인구늘리기에도 한 몫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한명이라도 아이를 하나 더 낳는다면 투자효과 대비 이만한 성과가 있을까요?

    그리고 보육시설 설치로 인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만한 곳이 없어서 안절부절하던 여직원들의 작업 몰입도는 월등히 향상될 것이며, 맞벌이를 하고 싶어도 아이 때문에 부인들을 집에 붙들어 둘 수 밖에 없었던 많은 남직원들에게는 어깨에 짊어진 짐을 덜어 주어 능률 향상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처럼 작은 투자로 그 효과는 점점 배가되어 결국 강원도민 전체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항상 가장 척박한 환경에서도 전국 그 어느 시도의 직원들보다 많은 일을 하고 또한 많은 성과를 이루어낸 자랑스런 직원들입니다. 그런 직원들에게 자꾸 더 많은 성과를 내라고만 다그치지 말고 그에 합당한 복지와 근무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얼마전 지사님께서 게시판에 직원복지에 힘쓰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정말 개미같이 일만 했던 우리 도청직원들에게 지사님의 결심을 보여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개선된 근무여건에 우리 직원들은 분명 멋진 결과물로 화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