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조직에서의 승진은 단순한 명예뿐 아니라 급여의 상승과 함께 훗날 연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얼마나 더 권한 있는 일을 맡을 수 있는가 하는 것도 승진에 따른다. 그런데 이런 승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서열과 평판이다.

연공서열은 순서가 되어야만 견장을 다는 것과 같은 다분히 군대식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성과시스템의 비합리성에 반발하고 있는 우리네 조직문화가 말해주듯 대동소이한 성과물로 승진서열을 매기기 어려운 평가시스템의 많은 면을 여전히 보완해주는 형평성의 잣대로 인식된다.

평판의 대명사격인 다면평가는 열심히 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머리 잘 돌아가는 등의 개인적 평판과 동료직원 말 잘 들어주고 잘 도와주는 원만함의 평가가 복합되어 있다. 그리고 근무평정이 조직의 논리상 윗사람들의 판단분야에 속한다는 반발을 보완해주는 장치로서 조직 내에 정착되어 있다.

책임지지 않는 인사심의위원

승진자의 선정은 경력평정, 근무성적평정 등과 함께 다면평가까지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 인사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하여 1차 선정된다. 여기에서 우리가 믿는 절대적 대명제는 ‘서열’과 ‘평판’의 조화이다.

그런데 지난 13일 발표된 승진심의 결과를 보면 도대체 우리 조직에서의 인사심의회 기능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 6급 승진자의 결정인데, 최소한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근래에 보기 힘든 대규모이었던 만큼 동시에 최근에 보기 힘들만큼 서열과 평판을 모두 무시한 무책임한 인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승진대상자수가 21명이면 배수 안에 드는 인원만도 57명에 달하니 심의하기가 여간 복잡하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알려진 것처럼 근평만을 기준으로 21위까지 고민 없이 승진대상자를 선정하였었다는 것은 아무리 곱게 보아도 도무지 말이 되는 일이 아니다.

설령 6급 승진 대상자수가 일일이 살펴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하더라도 요즘의 분위기가 인사팀에서 재단한 평정순서 그대로 승진 대상자를 결정하고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결정하였다면 그것이야 말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다면평가가 정착되어 가는 시점에 이렇게 역행적인 발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말해 주는 건 무엇일까? 인사심의하기 귀찮았던 것인지, 심의할 능력이 없었던 것인지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6급의 직급을 하찮게 본 무례함이요, 후자의 경우라면 인사심의회에 참석한 국장급 인사들의 무능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려되는 것은 심의위원들의 무례 또는 무능보다 이번 결과의 부작용으로 너무도 많은 직원들로 하여금 서열강박증에 시달리게 만들었다는 사태의 심각성이다.

직렬간 형평성 - 이제는 고민의 영역으로

행정직의 주사급 약진에 고개 숙인 소수직렬의 아픔은 또다시 묻혀버렸다. 사무관이 되면 행정직이 되는 전산, 세무직렬이 그들이다.

언젠가는 행정사무관으로 만날 직군이지만 주사급 승진에서 너무나도 큰 격차를 나타내는 것은 가혹한 처사가 될 수 있다. 오늘의 후배가 장래의 상급자가 되어가는 진화 과정을 보는 것이 같은 조직 내에서 아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결국 이 문제가 현실로 본격 거론되기 전에 미리 형평성을 고려해 두는 방법에 대하여도 일정한 고민의 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 어떠한 고민도 없이 두고 가는 것은 명절날 동네잔치에 소외된 가난한 동료들에게 조직의 효율성을 무자비하게 강요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상적인 인사정책의 실현은 지휘부의 깊은 관심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이다. 각별한 노력을 부탁드린다.

기능직인사의 합리성 확보 더 늦어서는 안 된다.

기능직의 경우 존재하는 여러 직렬 속에서도 왜 특정 직렬만 승진인사가 거듭되느냐의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에 한술 더 떠 이번 기능직 인사 역시 능력과 자질을 고려한 인사라기보다는 친분과 인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측근들의 잔치의 명백한 또 다른 증거일 뿐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기능직이 인적 구성 자체에 치명적인 결함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면 6급 승진자의 배분이 이토록 한정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상대적 상위직급의 배분에 대한 원칙과 합리성을 못박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억지 같지만 차라리 모든 기능직 직원들을 연공서열로 일렬화하여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자주 있지 않는 기능직 승진인사이기에 때마다 기쁨과 희망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묵묵히 일하고 있는 다수의 직원들에게 허탈감만을 안겨주어서는 안 될 일이다.

2009. 10. 20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