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과 별관을 잇고 있는 구름다리형 통로위에는 도지사의 필체로 “사람이 강원도의 미래입니다”라는 글귀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그런데 이번 인사를 보면서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공교롭게도 인사권자의 글과 같은 “미래”를 담보하는 인재 발굴 의지의 부족이다.

특정그룹이 인사 권력화 되어 분별없이 개입함으로써 조직안정을 기해야 할 인사 본연의 기능을 심히 훼손한 것도 심각한 일로 제기된 사안이다. 도지사의 임기 내에 한번의 인사가 더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특히 도의회의 입김과 막무가내식 인사개입은 어떠한 경우에도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다.

지겹도록 재현되는 문제의 발탁인사

노조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발탁인사에 대하여 문제가 있을 경우 인사전횡의 용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니 조직의 활력소가 되는 방향에서만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사위원회 발표전 한 조합원은 “모씨가 과장승진이 되면 차라리 발탁인사라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낫다”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국장급 승진인사에 이은 이번 과장급 이하 승진인사에서도 구성원들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함량미달의 발탁승진이 강행되었다. 맡게 된 보직 또한 적임성과 거리가 멀어 이것이 무슨 종류의 해프닝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명칭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업무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중시되는 DMZ관광청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보면 발탁인사를 부정했던 조합원의 심정이 수긍이 갈 것이다. 이미 노조에서는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부당발탁을 막아달라는 목소리를 전달했었지만 결국 수용되지 않은 결과이다.

인사권자는 승진대상자를 임명할 때 의지대로 했지 언제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서 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내 권한 내가 행사하는데 왜 말들이 많으냐’라는 식이라면 ‘제대로 된 인사’가 존재할 공간은 더 이상 없다. 인사에서 오기같은 것이 존재하면 조직은 흔들린다. 과오 없는 인사행정의 구현만이 어려운 시기를 꾸려가는 유일한 조직운영 방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냥 지날 수 없는 또 하나의 문제는 전 구성원들을 분노케 했던 동계유치위의 편법 승진자를 기어이 5급 승진자 대열에 합류시킨 것이다. 결코 원만하고 정상적인 인사 운영이 아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치위가 자리를 따왔기 때문에 유치위가 차지해야 한다는 비난받은 논리를 억척스럽게도 또 적용한 꼴인데 어떻게 이런 오만함이 계속될 수 있을까

동계올림픽 유치가 국가적 염원으로 자리 잡은 것은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난 유치위원회로서는 큰 소득이고 다행이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인사기류를 계속 형성한다면 이제는 도 본청과의 교류가 현저하게 부담스러운 기운으로 변화될 것이다. 경고가 아닌 현실이다.

발탁인사와는 좀 다르지만 특성이 배려되지 않은 실국간 인사안배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를테면 과장급 승진자를 배출하지 못한 실국에 담당급 승진자 안배라든가 과장급 승진자 배출 실국에 담당급 승진자 배제같은 것이 그렇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인사의 우연성과 드라마성을 즐기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직원들이 우려를 표시했고 일부에게는 아픔이 되었을 뿐이다. 개선안도 다양하지만 동형반복을 피하는 진정한 개선을 위해 실국안배를 하더라도 공교롭게도 고참직원들이 몰려있는 부서에 한정하는 것을 먼저 제안 드린다. 인사심의위원들에게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은 아닐 것이다.

자기중심적 재량남용과 미숙한 인사행정

인사부서의 자기중심적 재량남용과 직렬을 대표하는 수장이 자기직렬의 역량과 조직보전을 위한 책임있는 인사행정을 구현하지 못하는 일이 결합된다면 어떻게 될까?

한동안 반비넷 자유게시판이 총무과를 대상으로 한 성토들로 들끓었던 것도 기실은 총무과 소속 특정 직렬의 6급 승진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속사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감스럽게도 문제의 심각성은 그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보다 재발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데 있다.

먼저 인사부서의 진심어린 깊은 반성을 촉구한다. 다른 부서도 아닌 인사부서에서 누구 아니면 일이 안된다며 한 사람만을 7~8년 동안 고집했던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의 치기어린 행태일 뿐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 그리한다면 오히려 시정을 책임져야 할 본연의 책무조차 망각했기 때문이다.

대상 직렬의 수장 또한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직렬내 직원들의 인사역학 관계를 잘 꿰고 있어야 함은 물론 최소한 몇 수 앞의 미래는 내다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수장의 리더십이건만 이번 일만 두고 보았을 때 과연 그러한 자질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을 해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혹여 직렬의 수장이 조직 구성원들이 불문율처럼 지키고 있는 서열 일변도의 분위기를 깨고자 했다면 논제가 달라지리라. 그렇지 않고 서열기강을 잡아 내부분란의 여지를 없애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전 인사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직원을 외청과 타부서로 전출보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했다.

더군다나 앞으로 최소한 수개월 이내에 6급 승진 인사를 또 해야 하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요인들이 있지 않았던가? 한치 앞도 못 본 순환배치가 근평 관리 의지도, 통제력도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바람에 직렬 대다수 직원이 불만을 표시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제라도 인사부서와 해당직렬의 수장은 핵심사항을 인정하고 내부적인 정리를 통하여 제도개선과 새로운 인사관행의 정착을 위한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 인사행정을 빙산형에서 역빙산형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 또한 당부 드린다. 물밑의 일이라고 막해서는 안된다.

부조리한 도의원들이여 이제는 떠나라 (당초에는 별도의 성명을 내려하였으나 이것으로 대신함)

몰지각한 일부 도의원들의 인사청탁이 6급이하 직원에게 까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경거망동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집행부 조직을 아래위 없는 콩가루조직으로 몰아 떨구고 있는 도의회의 몰상식한 인사개입과 조직경시 자세는 두 말할 것 없이 반시대적이고 조직 분열적인 행태이다. 이런 그들에게는 강원도 발전이라는 전 도민적 소명의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인다. 한번 본때를 보여 줘야 하는가?

여러 번 말했건만 아직도 못알아 들었다면 하나 가르쳐 줄 수 있다. 손톱옆에 일어선 피부 껍질을 아무 생각없이 깊게 뜯은 적이 있는가? 작지만 지긋지긋한 고통이 오래 간다. 생각없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어이없는 이런 일들을 굳이 그대들의 이번인사개입에 비유하면 돌아갈 결과가 그리될 것이라는 뜻이다.

부조리한 도의원들이여 여전히 알아듣지 못한다면 쉬운 답이 하나 있다. 이제라도 그만 물러나는 것이다. 지금 퇴장을 선언한다면 아름다운 뒤끝이라고 봐주겠다. 그것은 당장 할 수 있는 강원도에 대한 최선의 공헌이 될 테니까. 그렇지 않고 남은 6개월 남짓을 어떤 식으로든 휘젓고 다닌다면 우리 노동조합은 끝까지 싸워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인사부서에서도 이제는 도의회의 인사개입에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도의회보다 도청노조가 더 무서울 터이니……. <끝>

2010. 1. 18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최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