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승진인사를 두고 복도에서는 「경로우대」라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했다.

표현은 다소 민망하지만 항간에서 우려했던 인사권자의 마지막 보은성 발탁인사를 불식하고 경력을 우대했다는 점에서 다수가 공감하는 친숙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반면 도의회는 본청의 사무관급 승진인사를 둘러싸고 시스템의 구조에서 벗어난 무분별한 개입을 또다시 자행함으로써 큰 파문과 함께 조직구성원들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켰다.

그럼에도 노조에서는 도의회의 인사시스템 경시태도에 대한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엄중경고 하되 대외성명은 자제하기로 결정하였다. 소위 먹어봐야 된장인지 아는 생각키가 모자란 무분별한 대상이라는 점, 임기말과 선거국면이라는 특수성, 농락당한 집행부의 난처한 처지에 대한 고려까지 감안한 결과였다.

화만 낼 것인가 가르칠 것인가

이번 인사예고 직전까지 6급 이상으로의 승진 요인은 결정된 것과 다름없었다. 주사급 승진자가 네 자리가 된 것과 달리 사무관급 직위승진자리는 서기관급 세 자리와 연동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확정된 요인은 그만큼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종 발표된 인사예고에는 5급 승진대상이 분명히 한 자리 늘어 있었다. 그것이 무슨 희망일자리 창출도 아닌데 여태껏 확인되지 않은 승진요인을 급조해 내다니 엉터리도 그런 엉터리가 없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황당한 전개가 도의회로부터의 강요에 못 이긴 인사부서의 궁여지책이었다는데 그치지 않고 도의회의장이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의 집무실에 행정부지사를 호출하는 기관간 예의도 없는 몰상식한 행위를 했다고 알려진데 있었다.

그러고도 도의회의장은 노조위원장의 질타전화에 궁색해 하면서도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조직의 구성원을 위한 의례적 부탁인데 그것까지 타박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니냐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점에 대하여는 뒤늦은 북을 치더라도 노조차원에서의 당사자에 대한 강력대응은 반드시 하겠지만 모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외적 정치적 공세는 자제하기로 하였음을 양지해 주시기 바란다. 그들에게는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내부적인 문제이기에 치떨리는 분노보다 이성이 앞선 결과이다.

한편 이번 건과 관련하여 도의회사무처 간부들에 대한 반성도 촉구 되었다. 행정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의 수준도 없이 이번 7대 임기내내 고위간부가 직접 개별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보고하거나 불려 다니게 하는 등 줄곧 통념을 넘어선 지나친 예우로써 잔뜩 권위의식만 부풀려 놓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위직원들이 노비수준으로 전락하면 간부들도 나아질 것이 없음을 몰랐던 탓일까?. 결국은 자충수라는 지적이다.

또 한편으로 어찌되었건 노동조합이 왜 미리 막지 못했느냐고 질책하는 분들도 있었다. 예단으로는 구체화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이를 토대로 사전에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여 무산시킨 사례도 있었기에 이번 일에는 특히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반성한다.

한편으로는 당부도 드린다. 노동조합은 정보가 있어야 그 정보를 바탕으로 도지사나 의장과 협의를 하거나 실력행사를 통해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힘있는 노조를 위하여 조합원들의 참여와 관심이 절실한 이유이다.

기능직 처우 개선 그 궁극은 폐지에 있다.

무릇 공직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은 온당한 처우에 달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조직의 기저를 맡고 있는 기능직들의 문제로 들어가 보면 적정한 처우를 위하여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공무원의 분야에서 가장 많음을 알게 된다.

사실 어떻게 보더라도 기능직들은 그동안 공직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의 소외와 차별의 아픔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은 적절하지 않았고 유효한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외환위기 등 수많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반직에 비해 훨씬 더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

얼마전 노사간담회에서 기능 5급의 문제가 거론되었지만 실제 대부분의 기능직들은 6급으로의 승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현실은 퇴직전 6급 승진은커녕 8급 퇴직 혹은 7급 퇴직이기 때문이다. 공로연수를 들어가고 싶어도 7급 승진도 못할까봐 노년의 선배는 안절부절 했었음을 아프게 기억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오죽하면 공로연수 기간 중에도 근속승진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청원을 했을까를

이제 기능직의 온전한 처우를 위한 고려가 빠른 시일내에 현실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반드시 10급제도를 폐지하고 직급 분포비율을 상향조정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7급 대부분이 정원은 8,9급에 둔 근속승진이고 6급이 극소수인 현재의 상황으로 인하여 6급 이상의 상위직급 승진인사가 있어도 후속 승진인사는 뒤따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풍부한 실무경험을 중시하여 일반직 전환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데 지지부진한 중앙정부가 하루빨리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어야 하고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궁극의 단계에서 고시를 없애자고 하는 것과 다름없는 이유로 기능직의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 다같이 조직의 구성원이고 스스로 전문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디 이러한 공감들이 매번 인사때마다 떠오르는 단상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2010. 4. 6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최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