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위원회 승진심의 결과(2012. 1.  6.)에 대한 논평

계보화된 줄 세우기 조직문화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어느 조직에서도 완벽하게 비조직적 친소관계를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관계가 예외적인 친목도모 수준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일반화되고 관행으로 자리 잡는 순간 조직의 발전가능성은 심대한 위기에 처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된다면 묵묵히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은 오히려 패배감에 사로잡힌 비정상적인 인물이 될 것이며, 조직은 기반을 다시 잡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를 잃고 무너지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오늘의 농업기술원이 자질도 인격도 안되는 인물이 계보의 덕으로 승진하는 바로 그 상황에 처해 있다.

한마디로 농업기술원의 이번 승진심의결과는 일부 연구관을 중심으로 계보화된 특정직원들 사이의 친소․이해관계가 인사에 끝내 작용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좌절감과 공분을 불러온 사건이다. 한동안 이 같은 행태가 얼마나 만연되었으면 공정한 인사를 믿기보다 “나도 저 사람 따라 다니는 것이 낫겠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을까? 무엇보다 문제는 현 농업기술원장의 인사개혁 의지가 조기에 계보에 의한 힘의 논리에 밀리고 벽에 부딪혀 결국은 영(令)이 서지 않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조직 내에 팽배해지는 것이다.

농업기술원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것은 이와 같은 일탈행위가 연구관급 최상위 지도층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권한을 가진 상층부에서 반조직적 일탈을 저지르고, 아래로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상황이라면 도대체 누가 어떤 명분과 논리로 열심히 묵묵히 일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올바른 조직문화는 지도층의 솔선수범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법인데 조직발전 개념에 흠이 있는 인사가 어떻게 조직을 올바르게 끌어 나갈지 큰 걱정이다. 인사권자의 특별한 고민과 해당되는 연구관 지도층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모두가 노력하면 잘 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이번 승진심의 결과를 보면 소수직렬의 배려, 경력과 나이의 고려가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비교적 자리가 많지 않은 소수직렬에게도 승진의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점은 조직이 여러 분야에 걸쳐 골고루 발전하기 위한 차원에서 고무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반대의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행정 직렬의 자리가 그만큼 잠식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다수가 속한 직렬로 고위직 자리가 많다는 이유로 조직 내에서의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기도 한 직렬이지만 그 내부에서는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축제’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아직 적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그러기에 이번 건도 전체적으로 또 다면적으로 보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소수일 지라도 계속된 직렬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생각은 타 직렬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하고 내부의 피해의식만을 증폭시킬 뿐이다.

끝으로, 공무원 조직이 곧 직면해야 할 직렬통폐합의 개념에서는 주류 직렬과 소수 직렬 등의 다분법적 분류가 더 이상 우리의 조직문화를 설명하는 데에 잘 들어맞지 않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덧붙인다. 직렬대통합이 열심히 일하는 개인에 의해 조직이 더불어 발전하는 과정과 상황만이 존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2.  1.  9.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최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