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공무원노동조합::

누구를 위한 인사인가? (2012. 1. 10.자 인사발령 논평)

조직생태계의 파괴를 우려한다.

인사발령사항이 발표되던 날 유일한 공석인 예산담당관의 보직을 두고 복도에서 누군가 따오기라고 하여 함께 웃었던 기억에 우울해진다. 그땐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실체를 두고 한 잠깐의 농담이었지만 공백기간이 하루하루 지나는 사이에 어느덧 조직을 위해 침묵했던 ‘불편한 진실’의 실체가 드러난 지금은 구성원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점차 극에 달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지방고시출신 서기관이 예산담당관으로 이미 내정되어 강원도 전입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이미 확정된 사실인 탓이다.

일각에는 왜 이렇게 맥없이 행안부의 일방통행에 당해야 하는지를 규명하라는 불만의 소리가 줄 곳 터져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 좋은 중앙부처에 보내 놨더니 국가고시 출신이 아니라서 홀대 받는다고 근무기간 겨우 2년 만에 부리나케 다시 돌아와서는 도의 요직에 앉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라는 날선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악의 요지는 이론적으로 산술하면 수년 이내에 강원도 조직의 국장급 이상 간부직은 고시출신이 독점하게 된다는 것이고 그것이야 말로 황소개구리가 담수의 토종생물계를 파괴하듯 강원도 조직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신화(神話)로만 남을 비고시출신의 국장급 승진

역량이나 인품에서 누구보다 훌륭한 고시출신 간부들이 우리 강원도에는 많음에도 이렇듯 비고시 출신들의 불만이 누적되어 왔다는 것은 한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내부로부터 지방고시 출신자에 대한 우대관행에 앞으로는 적절한 제동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임은 또한 분명해 보인다.

당초 지방고시의 취지는 중앙과 광역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행정고시 출신자와 차별하여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의 행정역량을 선도할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도에서만 근무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이에 대응한 어떤 특별한 방안도 없는 상태에서 이번 경우와 같이 중앙부처에 진출한 지방고시 출신자가 지나치게 조기에 회귀하는 건으로 오히려 문제가 크게 재부각되었고 사안의 심각성마저 널리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과거에는 9급부터 시작해 부이사관까지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앞으로 비고시 출신들은 업무 능력과 관계없이 국장 승진의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뻔한 현실의 벽이 구성원 대부분을 상실감에 빠지게 하였다. 10년 가까이 국장직을 유지하게 될 나이 어린 고시 출신 ‘장수국장’이 계속 건재할 것이고, 비고시 출신으로 계속될 고시 출신 과장들의 숲을 헤쳐나가는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널리 퍼진 탓이다. 무엇보다 혹여 소수로 비고시 출신 국장이 남게 되더라도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될 그들부터 빠져야 내부에 승진 기회가 부여될 것이라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도 좌절감을 깊게 할 것이라는 데에 공감의 폭이 깊어진 상태이다.

지방고시출신의 도전정신이 아쉽다.

강원도가 중앙부처와의 인사교류를 통해 얻는 실익은 분명히 있다. 중앙과 지방 간 정책의 연계성 및 협조 강화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중앙부처의 정책을 입안단계부터 미리 파악해 대처할 경우, 타 시·도와의 경쟁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 실익에 해당된다.

그래서 동원하는 것이 강원출신 인맥이다. 하지만 영호남지역과 달리 강원도는 여전히 중앙부처와의 인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러하여 강원발전을 위해선 고시 출신의 젊은 간부들이 중앙부처와의 교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는 계속 있어왔다.

그러나 정작 젋은 일부 서기관급 인사들은 현실에 안주하고픈 달콤한 유혹을 쉽게 떨치지 아니하고 중앙부처와의 교류에 선봉이 돼 주기를 바라는 내부의 기대를 끝내 저버리고 말았다. 40대 중반이면 국장반열에 오르는 마당에 굳이 중앙에 진출, 실무자로 다른 고시출신들과 힘든 경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점도 분명 인사교류를 원치 않는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구성원들로부터 빈축 받는 부분이다.

이제야 말로 고시출신자들의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스스로의 자생력을 높여 또 다른 길을 선택할 도전정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실은 개인의 영달에 집착하기 보다는 흔한 말로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이 요구되는 시점 아니던가?

인사권자는 비고시 출신의 소외감을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강원도청의 인사는 상당부분 구성원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나눠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조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비고시 출신들의 문제를 무시하고는 올바른 인사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인사가 실행예정이라는 것은 이번 건이 능력과 자질을 고려한 인사라기보다는 인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암묵적 거래라는 명백한 또 다른 증거일 뿐이다.

부언하건데 현장경험과 실무에 뛰어난 비고시 출신 직원들이 인사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균형 잡힌 인사 운용을 위한 인사권자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2012. 1. 11.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최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