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골프장 건설반대 도청점거농성, 100일을 넘기지 않기를 희망한다.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도청내부에 난입해 일정공간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한지 오늘로 96일째가 되었다. 갈등이 가장 격했던 2011년은 이미 끝났지만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셈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강원도골프장 민관협의회」가 구성되어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현 상황이 의사표현의 수단이 충분하고, 대화채널이 열려있음이 분명함에도 여전히 道행정에 대한 탈·불법성만 주장하면서 점거농성을 풀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대로 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원래의 명분마저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더 늦기 전에 돌아볼 때이다.

문제의 배경과 사건의 발단

도시계획시설인 골프장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도시관리계획이 먼저 결정되어야 한다. 작년 6월말 시작된 강릉CC를 예로 들면, 이 과정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 골프장 사업시행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강릉시장이 도시관리계획 입안권자로서 대상지역의 환경성 검토, 토지적성평가 등 기초조사와 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도지사에게 도시관리계획 변경신청을 하는 수순으로 진행되었다. 도 담당부서에서 농지전용허가, 산지전용허가, 골프장 사업계획 승인을 의제 협의하여 강릉시장에게 보내는 것은 실시계획 인가고시 전의 마지막 단계였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사업시행자는 충분한 면적을 수용하지 않고 사업추진을 강행하였고 농성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단순히 「도시계획시설 변경안」에 포함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말발굽의 오목한 모양처럼 골프장에 갇힌 형태로 남게 된 것이다. 골프공이 마당으로 집안으로 마구 날아올 판인데 다른 선택과 주장을 한다는 것은 애당초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도지사가 보궐선거의 후보 단일화과정에서 “문제 있는 골프장은 공사 중이라도 재검토 하겠다”라고 했던 것과 공동공약 제15조에서 환경파괴적인 주민동의 없는 골프장 건설은 전면중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은 두고두고 확실하고도 초법적인 빌미가 되었다.

道집행부에서 사업시행자와 강릉시장의 민원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표현을 수용하여 주민대표의 요구로 중단했던 의제협의를 재개한 것도 상대적으로는 가볍지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된다. 이어질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은 결국 당혹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후 사업시행자와 강릉시가 민원에 양보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밀어붙이려고만 했던 점을 상기해 보면 낙관이 아닐 수 없었다.

부실한 쟁점과 괜한 갈등 (헌법위에 떼법있다?)

여전히 쟁점은 복합적인 인허가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그 관할과 절차를 일원화하여 진행했던 의제협의에 쏠려 있다. 농성 주민들은 바로 그 과정에서 탈․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권한 없는 자가 전결권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의제허가의 내용적 위법성이 발견되지도 않는다면 의제허가는 취소될 수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일관된 법 해석이다.

그럼에도 모든 행정행위가 탈․불법이라는 비합리적 막무가내식 주장을 하면서 일방적 대화거부와 과격한 언어폭력을 오랫동안 마구 사용했다는 점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투쟁의 자질을 의심케 하였다. 소송을 제기하여도 결국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농성대표자들이 모를 리 없는 뻔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마치 법이 있더라도 자신들의 의견만이 관철돼야 한다고 떼쓰는 것은 민주적이지 못한 행동이다. 무엇보다 괜히 갈등을 지속하려고 애쓰는 것에 다름 아닌 꼴이 되었다.

정작 크게 우려되는 것은 무조건 떼를 쓰기만 하면 비록 법적인 테두리에 있는 사안일 지라도 자신의 주장으로 극복하고 관철시킬 수 있다는 의식이 지역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남는 것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앞으로 도지사에게 법적으로 할 수 없는 조건을 요구하고 법에서 어떻게 되든 무조건 해결하라고 주장하는 사안들은 어떤 형태로도 정당성을 얻기 어려운 큰 문제로 인식하고 엄정하고도 적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검·경에서 곧 불법적인 정황들에 대한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말이 꾸준히 돌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 틀림없이 이제는 감사결과만 남은 까닭이다.

필요한 것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충분히 논의

주민들이 주장하는 골프장 난건설로 인한 자연생태 파괴 등의 문제는 그들만의 우려가 아니다. 우리 고향 강원도에서 골프장이 더 이상 들어서면 안 된다고 공감하는 분들이 도청 내에도 결코 적지 않다. 모두 소통을 위해 구성한 민관협의회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주장할 여지가 있는 사안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한 연유 등으로 대다수 우리 도청공직자들은 이번 점농사태가 꼭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농성이 장기화되거나 폭력화하여 공권력이 개입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오직 딱 100일만 채우고 끝내면서 道집행부와 주민대표가 적극적인 대화로 쌓인 문제를 풀어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으로써 이제까지의 과정 속에서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폭언과 억압, 그리고 현행법을 거스르는 초법적인 요구들에 대하여 서로 이해하고 해소하는 일만 남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2년 2월 7일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최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