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구성원이 존중받는 조직문화가 절실하다.

소통 부재의 문제점들 (리더로 살 것인가, 제왕으로 살 것인가?)

고금까지는 몰라도 동서를 막론하고 “그럼 말 하지 그랬어?”와 “그걸 꼭 말로 해야 돼?”는 부부소통상 대화임계점이고, 그 크리티컬한 대화의 본질은 조직 내 소통해법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구성원들을 자기 몸과 같이 아끼고 동고동락하며 신명나게 일하게 만드는 것은 간부로서 가져야 할 기본소양일진데, 많아야 수십명에 불과한 부서 직원들을 존중하는 마음 자세를 제대로 갖춘 간부들이 도무지 없으니 어찌 소통을 짚어보지 않을 수 있을까.

승진하자마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1백만원 상당의 예산을 들여 노트형으로 바꾸면서 일약 복도통신 최고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모 국장급 간부의 최근 작태는 직원들의 눈과 소통을 경시한 삐뚤어진 권의의식의 대표적 사례이다. 기기 분납금이 예산에서 계속 지출되는 소위 약정기간 도중에 직위를 떠나는 전출상황이 있더라도 속성상 그 전화기는 후임자에게 인계해줄 성질의 물건이 아니니 순전히 개인 탐욕의 산물일 뿐이다. 자기 돈은 1원조차 아끼는 자가 예산이라면 겁 없이 써대는 자세는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뿐 아니다. 그를 포함 최근 승진한 국장급 인사들은 승진축하로 받은 고가의 화분을 하나 남김없이 콜밴으로 싣고 가버리면서 부조리 멀티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복도에서는 또 이를 두고 본인의 집으로 가져갔다는 설과 매각하기 위해 화원으로 가져갔다고 설이 분분하기도 했다. 정작 해당부서는 제대로 된 화분 하나 못 갖춘 삭막한 환경임을 모를리 없을 터인데 승진축하로 받은 화분이 온전히 자기 개인의 것이라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정신구조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었다는 거친 후담도 적지 않았다.

감사받아야 마땅한 간부들의 이런 작태는 공관의 커텐을 바꾼 것을 두고 부부싸움이 있었다는 도지사의 예산절약 일화와 아주 대조적인 사례임에 분명하다. 모름지기 아무리 적은 비용이라도 예산으로 써야 할 일이 있고, 아무리 큰 비용이 들어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엄연히 분리되어야 하거늘, 직원들이 모를 리 없는 이 같은 일을 버젓이 저지르는 후안무치(厚顔無恥) 수준이면 축․조위금, 외부인사에 대한 선물도 뻔할 것이니 어찌 그를 따라야 할 구성원들이 측은하고, 인사권자가 불행하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일부 실국장들의 출장행태도 심각한 상태이다. 심지어는 주말을 가리지 않는 1백여 차례의 출장을 수행하면서도 단 한 번의 관용차량 이용을 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자가운전 했다는 사례는 찾을 수 없으니 그간 직원들을 대상으로 “야 차대”했다는 뜻인데, 여기에는 인사권자 가는 행사는 속된말로 대소변 안가리고 쫓아 다니는 무개념과, 수행하는 직원들의 과도한 부담은 아랑곳 하지 않고 최소한의 출장경비 부담조차 하지 않는 천박한 수준이 고스란히 병합되어 있다.

간부들이여!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부서장의 지위가 올라갔다고 해서 올챙이 시절을 까맣게 잊는 건 한심하고 몰상식한 작태임을 깨닫기 바란다. 젊은 시절 자신이 가졌던 불평불만과 회노애락이 여전히 직원들에게는 현재진행형이지 않는가? 더 이상 비정상적 권위의식과 구성원들을 가벼이 여기는 태도로 인해 상하간 불신이 심화되어선 안되기에 하는 말이며, 인사권자에게도 정확하고 혁신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과도한 아웃소싱보다 내부역량에 대한 신뢰가 우선이다.

지방공무원의 역량이 민간이나 외부조직의 역량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정부의 정책 입안과 집행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도민들의 경제, 환경, 복지 수준도 충분히 높아진 단계에서 격에 맞지 않는 말이 되었다.

최근 설치한 고충심사위원회에 대한 구성원들의 시각도 대부분 그점과 다르지 않다. 소위 각 위원회를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왕(王)위원회를 만든 것도 그러하거니와 개념 위주로 접근해서는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분명해지고 일이 제대로 추진되기보다 탁상공론으로 흐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위원회에 내정된 상근 사무국장 보임에 대한 여론도 분분하였다. 도지사 선거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인물이었다는 이유로 해당직위를 수행하기에 허물이 있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보은인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불과 수개월 전만해도 오로지 그를 위해 공보관 직위를 개방형으로 전환하면서까지 영입하려다가 다양한 반대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했던 점을 되새겨 볼 때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자꾸 이렇게 되면 인재를 능력 위주로 적재적소에 잘 쓰고 있는지, 기회는 균등하게 부여되고 있는지, 인사의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조차 회의적이 될까 걱정이라도 지적도 있었다.

특보의 확대문제도 같은 경우이다. 특보로 인하여 도정에 새바람이 불거나 역량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구성원은 극소수였고 오히려 옥상옥이라는 우려가 대다수였다. 제도권에 들어온 진보인사가 도정과 마찰을 빚는 진보계열과의 중재 또는 소통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는 사례, 실현 불가능한 민원을 우월적인 입장에서 제기하여 혼선을 빚게 하는 사례, 기존의 정상적인 수행과정에 있는 사업을 두고 수정 또는 변경의 압박을 가하거나, 불필요하게 인사에 관여하는 사례가 있었던 탓이다.

외부로부터의 인적 수혈은 당장 긴박하게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즉시 투입 가능한 전문지식과 경험 등을 갖춘 인력이 필요할 때에 당위성이 성립한다. 그러기에 잘 할 수 있는 내부역량에 대한 불신에 다름 아닌 인사정책 또는 아웃소싱한 자문단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오히려 내부와의 소통을 단절시킬 수 있다. 구체적이지 않으며 애매모호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매우 추상적인 원칙과 거대담론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능동적으로 대응하거나 다양한 현안들에 제대로 적응하기 어렵다는 걱정이 도정을 직접 수행하는 실무자들 대부분의 입장인 셈이다. 영입된 특보분들께는 구성원 모두에게 긍정이 극대화 될 수 있는 특별한 노력을 당부 드린다.

2012. 10. 8.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최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