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후속인사에 대한 논평

조직개편 후속인사는 일 중심의 조직운영을 위한 기틀이라는 면에서 실행까지 명확하고 상당히 합리적인 근거를 가져야만 구성원들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인사권자의 당초의도는 이해하지만, 이번 인사가 과연 그 점을 충분히 잘 수용하여 실행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흔적이 적지 않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인사혁신은 명확하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인사를 앞둔 구성원들의 바램은 한결같이 그간 구태와 조직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던 노폐물을 방출하여 활력화의 속도를 보탬으로써, 조직을 일 중심으로 바꾸는 작용으로 인사가 이루어지고 또 지속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그간 인사 청탁의 대상이었던 총무과, 주무과 등 그곳에 이르면 승진하는 자리, 그곳에 안착해야만 승진이 가능한 자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현실적인 조직운영을 희망했던 것이다.

그런데 인사권자의 혁신의지는 실제 일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의사전달 배달사고가 있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총무과와 주무과간 수평이동이라는 가역변화에 그쳤을 뿐 아니라, 국과장 내정인사, 담당급 인사, 주무관급 인사를 일정 시차를 두고 진행함으로써「자기사람 심기」,「청탁성 줄서기」등과 같은 구태가 반복될 여지를 만들었다. 순환전보의 기준마저 실종된 단순「헤쳐모여」 양상은 어김없이 재현되었다.

심지어 A모 주무관은 현부서에서 근무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언론인인 가족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특정과 특정팀으로 이동한다는 소문이 인사발령도 나기도 전에 돌고 있었지만 실제 인사에서 그대로 실현되어 다수의 구성원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하는가 하면,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불과 수개월만에 보란 듯이 장담하던 부서로 자리를 옮기며 주변인들을 당황하게 하는 B모 주무관과, 도의원들을 비롯하여 윗분에게만 잘하고 직원들에 대한 인간존중감은 뒷전이었던 C모 간부는 적성을 따라 전보부서를 희망했던 다수 구성원들의 의사를 원천차단하고 자기사람 챙기기에만 일관함으로써 공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혁신은 자리만 서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구성원들을 발굴해 일 중심의 평가와 그 흔적을 미래까지 남겨두는 일도 함께 진행시켜가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지속가능한 혁신의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두고 인사권자의 혁신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소통 없는 간부들이 양산하는 삽질적 인사개입의 결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수직렬의 비애와 갈등해소 방안

소수직렬의 문제는 공감으로 풀어야 한다. 신설 녹색자원국장의 자리를 두고, 환경직에는 국장급 교육을 다녀온 간부가 건재함에도, 과장으로 승진한지 불과 2년 반밖에 되지 않은 녹지직 간부를 국장으로 선임함으로써 직렬간 갈등이 있다는 식의 단순 관점은 곤란하다.

제대로 알고 보면 많은 분들이 간과했던 환경직들의 현실적이고 고통스러운 상실감은 산하 사업소인 동강관리사업소를 비롯하여 구제역환경관리과의 폐지 등이 조직개편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고, 오히려 실제적인 조직규모 축소의 양상으로 나타난데 있다.

바로 그 점이 균형적 조직발전을 위해 직접 궁극적 합리성의 주체가 되어 소수직렬의 문제해결 방안을 꾸준히 공론화하고 또 해소해 가는 과정을 이끌어내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두어야 함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이유이다. 아울러 복수의 두 직렬이 공존하는 녹색자원국의 발전명제가 계속 진화할수록, 균형감의 보장은 지속되어야 함을 또한 강조 드린다.

관련하여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부장 직위의 경우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음을 짚어 두고자 한다. 자칫 보건과 환경이 승진의 개념에서 대립함으로써 걸러지지 않는 조직내 앙금으로 남을 뻔 했지만, 승진이 아닌 순환보직의 대원칙에 공감한 매끄러운 합의과정이 있었음을 우리는 오랫동안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간부들에 대한 인사검증

간부급 인사는 반드시 구성원들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직원 억압을 담보로 하는 보여주기식 업무역량은 실증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검증된 간부와 함께 하는 일은 많아도 즐거이 할 수 있지만 교만한 간부와의 일은 너무도 기본적인 일도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효과도 없는 아부성 정책을 강행함으로써 발생하는 행정력 낭비와 조직마인드의 양극화는 이미 우려할 수준에 도달해 있지 않던가.

같은 맥락에서 노동조합을 통한 간부행태의 전라(全裸)적인 노출이 가능한 현실에서, 직급승진이 완성되지 않은 간부가 여론의 흠집을 검증해내지 못할 경우 구태여 무난하게 직급승진을 시킬 이유가 없다는 점도 덧붙이고자 한다. 물론 이 논의에서 구성원들에 대한 예의가 있느냐 없느냐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대중에 있어서 인간존엄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조직의 절반, 여성억압이 재현 되어선 안된다.

의회사무처 6급 직원 인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전문위원실 기능 보강을 위해 3곳의 직원을 7급에서 6급으로 상향조정하고 3명의 6급 직원을 전보했으나 정작 6급 직원이 배치된 곳은 2군데 상임위에 그친 탓이다.

의회사무처의 고민이 6급으로 전입된 3명의 직원 중 2명이 여성이라는 점에 있었다는데, 그것이 전문위원실 업무영역 외의 사항이 고려된 것이라면 회기중 의원들의 저녁식사까지 챙기는 부분에서 1박 이상 현지출장이 잦은 상임위 외부활동에 이르는 업무외적 접대를 여성에게 지워지게 할 수 없다는 뜻인지, 그 부분을 담당사무관이나 과장급 전문위원이 할 수 없다는 뜻인지 아리송하다는 것이 이번 건을 접한 구성원 대부분의 중론이었다.

그런데 의회사무처에서는 여성공무원의 전입을 인사발상 전환의 계기로 삼았어야 하지 않는가? 많은 구성원들이 여성의 전문위원실 진출이 여러 의미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음을 감안하지 않았던 점은 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실망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조직의 절반이 여성이거늘 아직도 할 수 있는 일과 맡을 수 없는 일의 구분이 존재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오랜 숙제인 여성계에 대모(大母)가 존재하고 인사문제까지 관여하는 행태가 잔존하는 한 여성억압이 계속되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2012. 7. 31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최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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